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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父親節(부친절)

6월 세 번째 일요일인 21일은 아버지날이었다. 중국·일본에서는 부친절(父親節)로 부른다. 한자 문화권에서 아버지는 권력의 상징이었다. 아버지 부(父)는 도끼(ㅣ→斧·부)와 오른손(又·우)으로 이뤄진 회의자(會意字)이다. 여기서 손에 쥔 도끼는 나무를 베는 도구가 아닌 권력의 상징이었다. 옛 자전 ‘설문해자(說文解字)’는 “부(父)는 법도(矩)이다. 집안의 어른으로 통솔하고 가르치는 사람(家長率敎者)”으로 풀이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지혜를 가르쳤다. 기술을 뽐내는 도둑 아들에게 아버지가 도둑질 중 자물쇠를 걸어 잠갔다. 쥐의 긁는 소리를 흉내 내어 탈출한 아들에게 아비 도둑은 “무릇 사람의 기술이란 남에게 배운 것은 한도가 있고, 제 마음에서 얻은 것은 응용이 무궁하다”고 타일렀다. 조선 전기의 문장가 강희맹(姜希孟)의 ‘훈자오설(訓子五說)’ 중 도둑 아들의 이야기(盜子說·도자설) 요지다.

권력의 상징이라는 아버지이지만 한자 자전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초라했다. 한자를 집대성한 ‘강희자전(康熙字典)’(1716년 간행)은 4만7000여 개의 한자를 214개 종류의 부수(部首)로 구분해 실었다. 부수 한 개에 220자꼴이다. 일반 휴대 자전에 수록된 한자가 대체로 1만 자 정도라고 할 때 214개 부수로 나누면 대략 한 부수 당 47자꼴이다. 물 수(水), 나무 목(木), 손수(手) 등 큰 부수가 있어 평균보다 적은 부수도 많다.

아버지 부(父)가 그런 한자다. ‘강희자전’의 아버지(父) 부수에 실린 한자는 고작 12개에 불과하다. 게다가 고대 부권의 상징인 도끼(斧)조차 아버지(父)가 아닌 근(斤)에 실렸다. 한자학자 아츠지테츠지 교토대 명예교수는 “모두가 아버지를 상대하지 않은 것이 최근 시작된 현상은 아닌 것 같다”며 자조했다.



아버지날은 미국의 소노라 도드 여사가 시작했다. 남북전쟁에 참전하고 돌아와 힘들게 6남매를 키운 뒤 세상을 떠난 홀아버지의 생일에 착안해 6월 세 번째 일요일로 정했다. 한국은 1956년 5월 8일 제정된 어머니날과 합쳐 1973년 어버이날로 뭉뚱그렸다.

지난주에는 자식을 학대한 계부(繼父)가 온 사회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아버지란 이름조차 걸맞지 않은 자다. 역병(疫病)에 가족 만남도 여의치 않은 요즘이지만 내일만큼은 아버지를 찾아뵙고 말벗이 되어드려야겠다.


신경진 / 한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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