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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성소수자 판결의 ‘반란표’

[LA중앙일보] 발행 2020/06/26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20/06/25 19:25

최근 연방대법원에서 작지만 의미있는 ‘반란’이 있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닌 일주일 사이에 두 번 일어났다.

연방대법원은 총 9명의 법관으로 구성돼 있고 현재 보수와 진보 성향의 비율은 5대 4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지만 여러 판결에 보수와 진보 등 법관의 이념적 성향이 작용하게 된다.

지난 15일 연방대법원은 직장에서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것은 1964년 제정된 민권법 제7조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2015년 동성결혼 합헌 결정에 이어 성소수자 권익을 천명한 역사적 판결이다. 6대 3으로 나뉜 이번 판결에서 보수 성향의 두 법관이 4명의 진보 법관과 의견을 같이 했다. 보수 판사는 닐 고서치 대법관과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다.

특히 고서치 법관은 성소수자 편을 들어 트럼프에 반격을 가하면서 보수층을 당황스럽게 했다. 2017년 트럼프는 작고한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의 공석에 고서치를 지명하면서 ‘위대한 법관이 될 자랑스러운 인물’이라고 추켜세웠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의 선봉’으로 불렸던 스캘리아와 성향이 같은 인물로 택한 것이 고서치다. 그런 고서치 법관이 이번 판결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연방대법원은 또 지난 18일 불법체류청소년추방유예(DACA·다카)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폐지 추진을 기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대법관 5대 4로 이뤄진 이번 판결에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진보 성향의 판사들과 함께 다카 유지 의견에 합류했다. 성소수자 차별금지 결정만큼의 충격은 아니지만 또다시 트럼프 행정부에 패배를 안겼다.

연방대법원은 최고의 사법기관으로 사법부를 총괄한다. 낙태, 인권, 동성애, 사형제도, 존엄사, 총기규제 등 주요 사안에 최종 결정을 내린다. 법리 해석을 떠나, 각 분야의 사회적 이슈에 대한 판결로 미국의 정체성과 국가의 지향성을 결정하는 역할이 크다. 대법관은 형량을 선고하지는 않는다. 법률에 대한 해설을 내리고 법안의 헌법 위배 여부를 심사한다. 주별로 사법 시스템을 운영되고 있어도 최종 결정은 대법원의 권한에 속한다.

대통령의 임기는 길어야 8년이지만 대법관의 임기는 제한이 없다. 대법관은 종신직이다. 고령과 은퇴 등으로 평균 임기가 16년 정도지만 윌리엄 더글러스 법관처럼 36년 넘게 재직한 경우도 있다. 법관 자격과 관련해 ‘선한 행동(Good Behavior)을 하는 동안 직위를 가질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건이 모호한 만큼 자리에서 물러나는 경우도 사직, 사망, 은퇴, 탄핵기소 등을 통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일련의 판결로 이제는 더 이상 연방대법원 법관의 정치적 성향과 이념을 기준으로 결과를 예상하기가 어려워졌다. 닐 고서치 법관의 판결에서 보듯 지명한 대통령과도 관계가 없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도 법관의 성향을 보수와 진보로 이분화하는 것은 부정확하고 바르지도 않다고 자주 언급했다.

진보와 보수는 성향의 차이이지 반대의 개념은 아니다. 서로는 적수가 아니라 상대다. 진보와 보수는 상호 보완과 견제로 역사를 이끌어 왔다. 그럼에도 진보와 보수에 상대적 개념은 사라지고 적대적 대결만 존재한다. 국정을 포함한 모든 사안에서 철저히 이념에 근거해 보수와 진보는 각을 세우고 있다.

성소수자와 다카 결정은 대법관의 신념과 양심에 의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보수와 진보의 해묵은 대립에 소리없는 반란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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