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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TALK] 게임 속에서 열린 콘서트

김동민 / 뉴욕 클래시컬 플레이어스 음악감독
김동민 / 뉴욕 클래시컬 플레이어스 음악감독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20/06/27 레저 7면 기사입력 2020/06/26 17:40

코로나 팬데믹이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었던 3월 초, 데보라보르다 뉴욕 필하모닉 CEO는 카네기홀 대표 겸 예술감독 클라이브 길린슨, 그리고 메트 오페라단의 피터 겔브 단장과 함께 긴급 미팅을 가졌다.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다는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뉴욕의 가장 영향력 있는 공연 예술 기관장들의 회동은 그야말로 전격적이었다. 이 회의에서 남아 있던 올 시즌 모든 공연을 전면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하루 전만 하더라도 예정된 음악회를 홍보하는데 열을 올렸던 각 단체는 이미 판매된 티켓 환불에 관련된 안내를 시작했다.

카네기홀 공연을 예정했던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일정은 연기 혹은 취소되었고, 수십 년 만에 추진된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해외 투어와 뉴욕 필하모닉의 유럽 일정 역시 물거품이 되었다. 3월 중순, 뉴욕의 클래식 음악의 심장은 가을을 기약하며 이렇게 멈춰 섰다.

3개월이 지난 이달 초, 시즌 오프닝이 예정된 9월 중에는 공연이 재개될 수 없다는 소식이 다시 전해졌다. 이 발표에서 이들이 내건 희망 컴백 시기는 연말과 연초에 걸쳐있는데, 메트 오페라는 12월 31일, 카네기홀과 뉴욕 필하모닉은 내년 1월 6일이다. 메트 오페라는 단장 피터 겔브의 영상 인터뷰를 통해 많은 인원이 동원돼야 하는 오페라 공연과 사회적 거리두기는 절대 공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야기대로라면 원작을 뜯어고쳐 오페라를 소규모로 줄이지 않는 한, 메트 오페라 무대에서 공연을 감상하기까지는 훨씬 오랜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팬데믹 이전 뉴욕 필하모닉이발표한 2020~2021 시즌 일정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정기 공연 데뷔,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의 음악감독으로 지명되어 큰 화제를 모은 지휘자 김은선의 데뷔, 그리고 김택수 작곡가의 작품 ‘더부 산조’의 뉴욕 초연 등 한인 음악가들의 굵직한 무대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모두 취소되었다. 카네기홀과 링컨센터 무대 역시 내년 시즌 후반부가 시작되는 2021년 초를 목표로 잡고 있다.

뉴욕의 소식이 전해지자, 미전역에서 시즌 오픈을 연기하거나, 아예 1년간 연주를 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단체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나마 상황이 조금 나은 단체들은 온라인 공연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데, 연주자들이 집에서 촬영한 연주 영상을 편집해 유튜브나 페이스북에 공유하거나, 예전 연주 영상을 선별해서 콘텐츠로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온라인 공연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내용이 아니거나 짧은 길이의 클립 수준이라서 연주자들이나 단체의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다.

얼마 전 BTS의 온라인 콘서트에 75만 명의 유료 관객이 몰렸다. 엄청난 사람이 모인 화제의 무대였지만 가수와 관객들의 직접적인 소통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공연이 마친 후 리더 RM은 만일 관객을 직접 느낄 수 없는 이런 방식이 우리가 맞이할 공연의 미래라고 한다면 공포스럽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공연 활동이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처럼 비대면이 디폴트가 된 뉴노멀 시대를 타게 할 길을 찾아야 한다. 무대와 관객이 만나는 라이브 공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생생함을 온라인 공연이 대체할 수 없듯이, 현장에서는 만날 수 없는 온라인만의 특별한 무엇을 찾아 차별화시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전략이다.

우리는 컴퓨터 게임 속에서 콘서트를 열고 그 안에서 기업들의 광고가 팔려나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더 넓혀 놓을 가상의 세계가 삶의 영역을 얼마나 확장할 수 있을까. 흥미 있는 온라인 콘텐츠의 개발이 공연계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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