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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산책] 내 몸과 친해지는 시간

혜민 스님 / 마음치유학교 교장
혜민 스님 / 마음치유학교 교장 

[LA중앙일보] 발행 2020/06/29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20/06/28 12:43

나이가 들면서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것이 우리 몸이 가지고 있는 치유 능력입니다. 제 경우, 지금보다 젊을 때는 몸에 대한 관심보다는 인간 심리나 철학과 같이 마음에 관한 관심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승려가 된 이후에는 마음에 대한 관심이 극대화되면서 몸은 그저 달고 사는 것일 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서른 중반쯤이었을까요. 한번은 지인의 이사를 돕다가 오른쪽 허리를 삐끗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는 미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던 때라 근처 병원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동네 병원의 의사 선생님은 예약된 환자만을 보기 때문에 무려 2주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예약해놓고 기다리는데, 정말 놀랍게도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는데도 점차 증세가 나아졌습니다. 처음에는 아파서 잘 걷지도 못했는데 의사 선생님과 예약한 날짜가 가까이 오자 거의 완치가 되었습니다. 이때 저는 비로소 알았습니다. 우리 몸 안에는 자연 치유 능력이 있구나 하고요.

그 이후 몸이 아플 때마다 자세히 관찰해보니 약이 병을 치료한 경우도 있었지만, 몸이 가진 치유 능력이 발휘될 동안 병의 증세를 완화하기 위해 약을 먹는 경우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즉 진정한 치료는 약이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이 스스로 알아서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지요. 마흔이 넘고 나니 내 몸의 자연 치유 능력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까에 관심이 흘러가면서 단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단식을 시작하면 배가 고파 힘들기도 하지만 3일 정도 되었을 땐 확실히 몸이 가벼워지고 편안해졌습니다.

처음 단식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몸이 아플 때 음식을 무조건 잘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간과는 달리 동물들은 음식을 먹지 않고 쉬면서 병을 치료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입니다.

며칠 전, 뉴욕타임스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미국인들이 평소에 비해 병원을 자주 가지 못하고 진료를 받지 못하게 되었는데, 그럼에도 다들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암 치료와 같이 촌각을 다투는 경우는 예외지만, 응답자의 86%는 예전처럼 바로바로 진료를 받지 못해도 건강에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미국 의사들이 현재 본인들이 하고 있는 진료의 15~30%는 불필요한 것으로, 병원의 수익이나 환자의 요청에 의해 과잉으로 진행하고 있는 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수술 역시 20% 정도는 사실 불필요한 케이스가 있으니 코로나로 인해 미뤘던 수술을 지금도 여전히 필요하다고 느끼는지 다시 한번 의사와 상의해볼 것을 권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종교인이다 보니 몸에 대한 사유가 종종 감사함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인간의 경험을 할 수 있게 몸을 받게 된 것도 어찌 보면 큰 선물이고, 또 병이 있어도 나을 수 있도록 기본적인 치유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게 된 것도 너무 고마운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숨을 가득 깊게 쉴 때마다 가슴이 시원하고 배가 편안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특별히 잘한 것이 없어도 숨을 통해 항상 축복받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몸에 대한 감사함이 생기니 살아있다는 것 자체에 대한 알 수 없는 경외심이 듭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생각이 많은 마음보다는 지금 몸이 어떻게 느끼는지 몸과 더 친해지는 하루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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