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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쌍디귿 이야기

디귿을 겹쳐 쓰고 있는 쌍디귿은 다른 ‘쌍 계열’의 말과 마찬가지로 딱딱한 느낌을 줍니다. 디귿도 막혔다가 터지는 파열음인데 이를 더 닫았다가 터뜨리니까 강한 느낌이 더 생기는 것 같습니다. 의성어나 의태어를 보면 이런 느낌이 더 잘 나타납니다. 대표적으로 ‘딱’이 있겠네요. 무엇을 부딪거나 부러질 때 나는 소리입니다. 조금 약하게 하면 ‘똑’이 됩니다. 약한 것은 모음에서 오는 느낌의 차이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딱’이나 ‘똑’이 합쳐져서 ‘똑딱’이 되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시계 소리를 나타낼 때도 쓰이는 표현입니다. ‘딱’이 연속으로 나오면 연속적인 소리가 됩니다. 바로 ‘딱딱’입니다. 나무에 딱딱거리는 새가 바로 ‘딱따구리’입니다. ‘딱딱’은 부사로 쓰여서 정확히 들어맞는 경우에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딱딱 들어맞는 거죠. 똑도 겹쳐 사용하면 ‘똑똑’이 됩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로 사용합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머리가 영리한 사람을 ‘똑똑하다’고 하는 겁니다. 어원적으로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는 더 조사해 봐야겠지만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의견이 명확한 사람을 표현할 때 ‘똑 부러지다’라고 하는데 똑똑한 느낌이 납니다. ‘똘똘하다, 똘망똘망하다’라는 표현에도 쌍디귿이 보입니다.

쌍디귿 발음은 디귿 발음을 강조할 때도 쓰입니다. 아마도 쌍디귿이 후대에 발달했다면 디귿을 강하게 발음하다가 독립적인 소리로 발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두드리다’를 ‘뚜드리다’로 발음하고, 제방을 나타내는 ‘둑’을 ‘뚝’이라고 합니다. 마당의 ‘뜰’은 ‘들’에서 발달한 어휘로 봅니다. 집의 작은 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디귿이 쌍디귿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뜰은 다시 ‘뜨락’으로 변화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시간이 지나면 나중에 우리말에서 두드리다와 뚜드리다, 둑과 뚝의 의미가 나뉘어 구별될 수도 있습니다.

쌍디귿은 의외로 우리말의 근간을 이루는 기초 어휘에도 많이 보입니다. 쌍디귿 발음이 후대에 발달했을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인데 그런 점에서 볼 때 신체나 자연, 친족 명칭 등에 된소리가 쓰이는 것은 흥미로운 일입니다. 신체와 관련된 말 중에서는 배설물 관련 어휘에 쌍디귿이 보이네요. ‘땀과 똥, 때’가 바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좀 더러운 느낌도 듭니다. 자연 중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땅과 뜰’이 있고, 친족 중에는 ‘딸’이 있습니다. 음식 중에는 ‘떡’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모두 중요한 어휘입니다.



저는 기초어휘에 나오는 쌍디귿 어휘를 보면서 후대에 발달한 발음일지는 모르나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어휘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늘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땅의 중요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아들과 조화를 이루는 딸의 중요성도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배설물인 ‘똥’도 꺼리는 어휘이기는 하지만, 삶에서는 매우 중요한 어휘입니다. 물론 ‘땀’을 빼놓을 수가 없겠지요. 노동으로 흘리는 땀, 노력으로 이루는 땀은 더 나은 삶을 위한 필수조건일 겁니다.

한편 떡은 우리나라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날에는 떡을 먹습니다. 일생을 살면서 중요한 날인 백일, 돌, 생일에는 떡을 해서 먹습니다. 설날에는 떡국을 먹습니다. 떡국은 국이기도 하지만 떡이기도 합니다. 추석의 대표 음식은 송편입니다. 역시 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지에는 팥죽을 먹지만 그 속에는 새알심이라는 떡이 들어갑니다. 새알심이 없는 팥죽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가장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은 이사를 온 사람이 이웃에게 돌리는 떡입니다. 떡은 이웃에게 건네는 우리의 인사이기도 합니다. 쌍디귿이 우리 삶에 들어와 있는 모습을 어휘 속에서 느껴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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