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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다 그렇게 간다

지난 21일이 파더스데이였으니까 친구를 천국으로 떠나보낸 지 1년이 지났다. 옛말에 ‘전분세락(轉糞世樂)’이라는 말이 있다. 그 뜻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이다. 오랜 벗이 암으로 투병하다가 끝내 이승의 개똥밭을 두고 저승길에 들었다.

항암치료는 그 고통을 말로 형용키 어렵다고 한다. 암세포를 죽이려고 하는 강력한 키모치료는 거의 사경이 될 만큼 힘들고 식욕은 물론 건강한 세포까지 죽게 만든다니 상상하기 어렵다.

인내심과 의지력이 남달라 암과 싸워 이길 줄 알았는데 그만 병한테 지고 말았다. 임종 며칠 전 문병을 갔는데 항암치료가 너무 힘들어 죽고 싶다고 하더니 끝내 그 말이 유언이 되고 말았다. 몇년 전 간암 판정을 받았을 때 훌륭한 주치의를 만나 열심히 치료받고 건강한 몸으로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약속했는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갔다.

현대의학으로 암을 정복할 수 있다고 학자들은 말하지만 아직도 암은 무서운 질병인 것 같다. 집도의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잘 돼 6개월 후면 정상생활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운영인가, 숙명인가, 그는 아름다운 이승을 남겨둔 채 떠나갔다.



건강해야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즐겁지, 병고에 시달리면 개똥밭도 지옥같은 거다. 장례미사 때 깊은 잠에 든 것 같은 편안한 모습을 보고, 항암치료 받을 때 힘들어 하는 모습이 떠올라 이제는 짐 내려놓고 천국에서 영면하라고 기도했다. 인생무상이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다 가는 거다. 새벽달 기울듯이 동백꽃 지듯이 다 그렇게 가는 거다. 아쉬움도 미련도 후회도 소쩍새 울다 먼산을 넘어가듯 다 그렇게 가는 거다. 사랑도 미움도 원망도 가을바람에 낙옆 떨어져 날아가듯 다 그렇게 가는 거다. 흰구름 따라가는 나그네, 동심초를 불러다오, 다 그렇게 가는 거다.


이산하 / 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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