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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착한 뉴스’를 선물하는 언론

장소현 / 시인·극작가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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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20/06/30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20/06/29 17:58

나는 혈압이 좀 높은 편이라고 한다. 평소에는 아무런 증상도 없는데 혈압을 재면 좀 높을 때도 있지만, 내 생각에는 대체로 정상인 것 같다. 그런데 주치의 선생께서는 정상 혈압은 쳐다보지도 않고, 어쩌다 높게 나온 수치를 지적하며 근엄하게 경고하신다. “아, 이거 위험합니다. 고혈압은 침묵의 살인자라는 거 아시죠? 조심하세요!”

그리고는 혈압약을 처방해주며, 평생 먹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평생? 아, 드디어 나도 약에 기대어 목숨을 부지하는 가련한 중생이 되었다는 말인가. 아무튼 나는 겁이 매우 많고, 착하고 순진한 중생이므로 의사 선생의 말씀을 철저하게 따르기로 한다.

혈압 건강을 위해서 우선, 살면서 혈압 오르는 일이 무엇인지를 차근차근 살펴본다. 찾아보니, 인간 같지 않은 인간들이 도무지 인간 같지 않은 짓을 태연하게 하는 꼴을 보면 혈압이 팍 오른다. 위험하다.

뉴스, 특히 정치 뉴스를 보면 그런 동물성 인간들이 차고 넘친다. 신문, TV, 인터넷, 유튜브, SNS 등에서 신출귀몰 맹활약 중이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인 동시에 싸움하는 동물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1인방송 같은데서 저 혼자 세상일을 다 알고, 저만 정의와 진실을 수호하는 것처럼 거침없이 떠들어대는 소리에 혈압이 올라 뒷목을 잡게 된다. 아, 위험하다.

정의니 진실이니 그런 것에는 애당초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무슨 수를 쓰건 손님을 많이 끌어야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자극적이고 시끄럽고 표독스러워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한다. 실제로 사람들은 그런 자극적인 뉴스에 관심을 가지고 열광한다고 한다. 그래서 날이 갈수록 경쟁적으로 더 모질고 더 독해진다. 정말 위험하다.

그래서 우선 자극적인 뉴스를 끊기로 했다. 갑자기 혈압이 높아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혈압 때문에 아프거나 죽으면 나만 손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유비무환!

그런데, 여기저기 토막 잡글을 써야하는 처지라서 뉴스를 아주 끊을 수는 없고, 기사제목은 대충이라도 살펴보고, 필요한 문화기사는 꼭 읽어야 한다. 하지만 정치, 사회, 외교 등 혈압에 영향을 주는 뉴스는 되도록 안 듣고 안 보려고 발버둥을 친다.

그렇게 뉴스를 끊었더니 과연 혈압 오르는 일이 줄었다. 평온하고 행복해지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깊은 산속 스님 같은 텅 빈 충만이랄까….

하지만 한 열흘쯤 지나니까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궁금해서 좀이 쑤신다. 코로나19, 인종차별 반대시위, 산불처럼 우리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뉴스는 안 볼 도리가 없다. 그럴 때마다 클래식 음악, 독서, 여행, 요리 등의 프로그램에 집중해보지만 바흐나 베토벤 선생도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보다 뜨거울 수는 없다.

그래서 택한 것이 뉴스를 보되 착한 뉴스,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기사를 찾아 읽는 방법이다. 물론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

내가 꿈꾸는 세상은 간단하다. 착한 사람들이 손해 안 보고 흐뭇하게 잘 사는 세상,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다. 뉴스나 언론도 당연히 그런 세상 만드는 일에 기여해야 한다고 믿는다. 나는 그런 언론을 만들어보겠다고 거의 평생을 발버둥쳤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서로에게 귀인이 되어 반갑고 고맙다는 인사를 자주 나눈다면 우리들의 주위가 훨씬 더 부드러워지지 않을까”-마종기 시인의 글.

우리 사회에도 그런 착한 뉴스를 한가득 실은 좋은 언론이 많아졌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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