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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표결 연기는 후원금 적다는 뜻

[LA중앙일보] 발행 2020/06/30 미주판 9면 기사입력 2020/06/29 19:16

원용석의 아하! 미국정치 ∥ <5> 정치 후원금 (중)

법안 발의시 관련 기업 압박 공공연한 비밀
"규정 까다로울수록 의원들 확실한 돈벌이"
기업들은 불이익 당할까봐 로비스트 고용

존 베이너(왼쪽·공화) 전 연방하원의장은 워싱턴 정가에서 &#39;모금의 달인&#39;으로 불렸다. 바니 프랭크(민주) 전 의원은 도드-프랭크법 공동 발의자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에 앞서 경제가 한동안 탄탄할 것이라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페이스북 캡처]

존 베이너(왼쪽·공화) 전 연방하원의장은 워싱턴 정가에서 '모금의 달인'으로 불렸다. 바니 프랭크(민주) 전 의원은 도드-프랭크법 공동 발의자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에 앞서 경제가 한동안 탄탄할 것이라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페이스북 캡처]

인생은 타이밍이다. 코미디도 타이밍이라고 한다. 착취도 마찬가지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적재적소에 돈을 요구해야 효과가 배가된다. 법안이 표결에 부쳐지기 직전에 후원금 신호를 보내야 한다. 신문 지상에서 ‘법안 표결이 연기됐다’는 뉴스를 자주 접했을 것이다. 이런 경우는 후원금이 생각보다 적게 들어와서 연기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하원 원내대표를 역임했던 톰 딜레이(공화)는 후원금과 표결 연기의 줄다리기를 예술적으로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툭하면 운다고 그래서 '울보'라는 별명을 지닌 존 베이너(공화) 전 하원의장은 이런 협상력을 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칭송(?)을 받았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도 ‘모금의 달인’이었다. 우유생산연맹은 닉슨 행정부가 수십만 달러 후원금을 안 내면 독과점법 위반혐의로 기소하겠다는 착취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아메리칸 에어라인도 민간항공위원회 보복이 두려워 후원금을 지불했다.

연방 상하원 의원 연봉은 17만4000달러다. 루키 의원이 40년간 봉직생활을 한 1성 장군 연봉 14만3000달러 보다 훨씬 높다. 그런데 워싱턴 정가에서 후원금 맛을 보면 연봉은 우습게 보인다.

정치는 돈 되는 비즈니스

기업 입장에서 워싱턴 정가 로비스트로 누구를 고용하느냐는 문제는 향후 사세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결정이다. 그 분야의 전문지식이 많은 사람을 로비스트로 고용하면 낭패다. 선출직의 가족이나 친인척 관계가 있는 로비스트를 고용하는 게 워싱턴에서 기본상식으로 통한다.

기록에 따르면 20세기 초반에도 착취행위가 난무했다. 윌리엄 맥킨리 전 대통령의 캠페인 매니저였던 마크 하나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고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생각이 안 난다”고 했다. 그가 이끌었던 캠페인은 재계로부터 당시 상상도 할 수 없는 금액인 250만 달러의 후원금(현재 7500만 달러 수준)을 모금했다.

저서 ‘착취(Extortion)’를 저술한 탐사보도 기자 피터 슈와이저는 “시간은 흘렀지만 워싱턴 정가의 후원문화는 그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고발한다. 텍사스의 공화당 연방하원 원내대표였던 톰 딜레이는 후원금을 지급하지 않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던 게 발각됐다. 그는 해당 기업에 불리한 법안이 나올 수 있다는 식의 협박용 협상카드로 쓰기 위해 리스트를 만들었다.

민주당의 테리 맥콜리프 의원은 과거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을 위해 바베큐 파티를 크게 열 것이라고 미국 굴지의 기업들에게 통보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무늬만 파티였고 실상은 후원행사였다. 그는 참가 기업에 각각 50만 달러를 요구했다.

▶규정은 까다롭게 만들어야 돈벌이

간단한 규정은 따르기 쉽다. 복잡한 규정은 해석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1929년 증시 붕괴로 촉발된 대공황이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시킨 ‘글라스-시걸법’을 태동시켰다. 당시 글라스-시걸법은 총 35페이지에 불과했다.

그런데 오바마 행정부 때 나온 도드-프랭크법은 사뭇 달랐다. 2008년 발생한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한 광범위한 금융개혁법인 도드-프랭크법은 원문이 글라스-시걸법의 3배가 넘는다. 월가 베테랑 변호사들도 도대체 이 법이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갈피를 잡지 못할 정도로 복잡한 법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입법자들이 영어 문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엉망으로 써서일까? 해답은 돈줄에 있다. 복잡한 규정일수록, 또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법을 만들수록 돈 벌기가 쉽기 때문이다. 이 법을 직접 만든 사람들이 돈을 챙길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은 실제로 정부기관에서 일하다가 법안이 통과되면 법안을 해석해주는 법률회사를 바로 차린다. 워싱턴 정가에서 늘상 있는 일이다.

기업들은 자칫 법을 잘못 어기다가 쇠고랑을 찰 수 있어 이들 법률회사를 고용할 수밖에 없다. ‘나한테 돈 주면 법을 준수하고 있는지, 어기고 있는지 알려주겠다’는 거다. 도드-프랭크법 작성자들이 법률회사에 들어가 고객들에게 이 법에 대해 가르쳐주겠다면서 떼돈을 벌었다.

부시 행정부 당시 그토록 복잡했던 메디케어 개혁안의 저자들도 개인 회사를 차려 건강보험사들로부터 시간당 1000 달러를 받으면서 개혁안 내용을 설명해줬다. 이보다 확실한 돈벌이는 없는 셈이다.

<정치담당>

새 법안 나올 때마다 기업들 ‘조마조마’
‘무선통신 공정법’의 경우


2011년에 2명의 연방하원의원이 무선통신 공정법을 공동발의했다. 캘리포니아 진보 의원 조 로프그렌과 애리조나 보수 의원 트렌트 프랑스의 합작품이었다. 정치적 성향은 다르지만 이 법안에는 뜻이 일치했다. 이외 230명의 하원의원도 동참해 공동 발의자가 됐다. 초당적 지지였다.

법안은 각 주와 로컬정부가 휴대폰 사용자들에게 향후 최소 5년간 추가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었다. 이미 휴대폰 사영자들은 연방세 16%를 지불하고 있었다. 휴대폰 기업들은 각 시와 카운티, 주정부가 추가로 세금을 적용돼 휴대폰 사용료가 급증할 것을 우려했다. 당연히 휴대폰 사용자들이 일제히 좋아할만한 법안이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67%가 법안을 긍정적으로 여겼다. AT&T나 버라이즌과 같은 대형 통신회사들은 법안 통과여부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2011년 3월에 법안이 발의됐다. 그해 7월 법안이 하원법사위원회를 무난히 통과했다. 다음 단계는 하원의장이 표결로 부치는 것. 그런데 당시 하원 하원의장 존 베이너는 이런 상황서 머리가 번뜩이는 재주가 있었다. ‘모금의 귀재’로 통하는 그가 천금같은 기회를 놓칠리 없었다. 그가 하원의장이 된 것도 모금실력 덕분이었다. 표결을 무료로 부친다? 그건 어리석은 짓이었다.

AT&T도 워싱턴에서 닳고 닳은 기업이다. 게임판이 벌써 어떻게 돌아가는지 재빠르게 눈치챘다. 이런 상황서 법안 표결권을 쥐고 있는 하원의장 심기를 건들 이유가 없다. 즉각 베이너 의원 측에 후원금이 입금됐다.

특히, 베이너가 하원 원내대표였을 당시와 하원의장을 꿰찼을 당시의 후원금 차이가 두드러진다. 2009년에 원내대표였을 당시 그의 정치활동후원회(PAC) 후원금으로 달랑 5000 달러만 입금됐다. 그런데 2010년에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될 조짐을 보이자 AT&T 고위관계자들은 지갑을 더 열기로 했다. 그해 11월2일은 중간선거일. AT&T 직원 12명이 베이너에게 후원금을 전달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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