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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정치인들의 낡은 프리즘

[LA중앙일보] 발행 2009/05/13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09/05/12 20:08

최인성/중앙방송 보도팀장

한인타운을 '불바다'로 만들었던 LA폭동.

17년이 지난후 다시 '특별 생방송'이라는 이름으로 조명한다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JBC 중앙방송이 준비한 이 두시간짜리 프로그램을 위해 제작진은 고민고민하다 결국 폭동의 가장 큰 '몫'을 짊어져야 할 사람들은 위정자라는 판단을 내렸다.

위정자들의 목소리가 17년된 악몽을 잊지 못하고 있는 한인들에게는 중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전화를 걸고 이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한인타운의 선출직에는 당시의 인물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한인타운을 관장하는 LA 10지구 허브 웨슨 시의원은 17년전 네이트 홀든 시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했다. 생생한 피해현장을 지켜본 사람중 하나다.

웨슨 의원의 한인통인 마이클 배 보좌관이 전화를 준 것은 방송 당일인 29일 오전. 목소리는 어렵고 간단한 성명서를 보내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피해자에 대한 위로의 말 보다는 '우리' 라는 표현으로 한인사회와 흑인사회가 공동 피해자라는 사실을 애써 강조했다.

게다가 LA폭동은 웨슨 의원에게는 여전히 '사회 불안'이었다. '이유가 있는' 소요사태이며 원인 제공자와 주동자를 따지기 보다는 커뮤니티 화합이 우선이라는 표현이었다.

웨슨 의원이 정말 자식을 잃고 비즈니스가 고스란히 불타 사라지는 것을 지켜본 한인 피해자의 심정을 이해하기 바라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LA카운티 2지구 수퍼바이저인 마크 리들리 토마스. 그처럼 폭동과의 질긴 인연을 갖고 있는 정치인이 또 있을까.

그는 91년 당시 8지구 시의원에 선출돼 2003년까지 일했다. 그가 폭동직후 도움을 호소한 한인 리커 업주들을 돕지 못했던 것은 아직도 의문으로 남아있다. 2003년 이후 가주 하원과 상원을 거쳐 지난해 2지구 수퍼바이저로 돌아온 그는 현재 나름대로 왕성한 활동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한인사회와는 가까운 사이가 되지 못하고 있다. 기자들도 공개 행사장이 아닌 곳에서 그를 오래도록 인터뷰할 수 없는 것은 한인커뮤니티 기자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리들리 토마스에게 보내진 이메일에도 답장은 없었다. 이외에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다이앤 왓슨 연방하원의원 버나드 팍스 시의원도 이메일과 전화에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한인타운을 지역구로 하는 마이크 데이비스 주 하원의원이 유일하게 폭동 특별 생방송에 목소리를 내어준 흑인 지역구 정치인이었다.

그는 1분짜리 목소리 성명을 통해 'LA폭동'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로드니 킹에 대한 법원의 부당한 판결이 원인이 됐다고 언급하고 이런 고통과 슬픔을 딛고 LA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데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상원의석을 노리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폭동 당시 그는 언론과 사회 비평가로 활동했다. 비교적 중립적으로 폭동을 지켜보고 평가할 수 있었던 위치였다.

혹자들은 과거의 사건과 사고들은 현재의 정치환경이 만든 프리즘으로 재조명된다고 지적한다. 17년전 폭동을 재조명하는 프리즘은 올바른 색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프리즘의 색을 위정자들이 규정하도록 너무 오래 내버려둔 것은 아닐까.

2시간 특별생방송을 끝내고 나오며 패널 참가자들은 다시한번 한인사회의 정치력이 절실하다는 '변치 않는 원칙'을 확인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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