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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총연 회장의 조건

김석하/탐사보도부 데스크

사람들이 신문에서 가장 재미없어 하는 기사 중 하나가 '한인 단체' 기사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고 활동 내용도 빤하다는 이야기다. 한인 단체가 일반인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이유는 뜻밖에도 '봉사' 때문이다. 말로만 떠들 뿐 피부에 와닿지 않는 구호성 봉사에 신물이 난 것이다. 하도 봉사를 남발하는 바람에 본래 뜻이 퇴색된 정도가 아니라 아예 무관심으로 내몰렸다.

아무 단체장을 붙잡고 '단체의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곧바로 '한인사회 봉사'란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봉사냐고 딱 한번만 더 캐물어도 이내 꿀 먹은 벙어리가 되기 십상이다. 일반 한인과 한인 단체가 유리된 것은 이처럼 봉사에 대한 개념의 차이다.

어제 미주한인회총연합회(미주총연) 회장 후보간의 토론회가 열렸다. 남문기씨와 김병직씨(기호순)가 맞붙었다. 주된 내용은 또 봉사였다. 각론에서는 차이가 있었지만 두 후보 공히 250만 미주 한인의 권익신장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밝혔다.



미주총연은 일반 한인으로서는 전혀 관심없는 단체다. 단체 자체가 '재미없는' 한인회 160개의 연합체이기 때문이다. 모르는 한인이 절대 다수다.

하지만 두 후보는 미주총연이 미주 250만 한인을 대표하는 단체라고 버젓이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총연은 대표 단체인 적도 없고 현재도 아니다. 대표가 아닌데 대표라고 우기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떤 식으로 봉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었던 이번 토론회는 '맹물'이었다.

총연이 대표 단체라는 말을 당당히 쓰기 위해서는 몇 가지를 충족해야만 한다.

우선 정치 단체를 선언해야 한다. 단체 성격에 '정치'가 들어가면 눈총을 받던 시대는 끝났다. 봉사를 내세우고 단체장 개인은 한국 정치끈에 줄을 대면서 형성된 정치 혐오증의 속박으로부터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됐다.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미주총연이 요즘 속된 말로 뜨는 이유는 명백하다. 재외국민 참정권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한국정부는 '표가 있는' 해외 동포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누군가 그 창구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한인회의 총연합체라는 성격상 미주총연은 그 창구에 딱 맞긴 하다.

정치 단체를 선언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아젠다가 있어야 한다. 총연은 참정권 투표방법을 다양화하는 것과 이중국적 허용 각 부처로 나뉘어져 있는 재외동포 정책을 한곳으로 모은 동포청 신설에 매진해야 한다. 하나 더 추가한다면 한인들이 있기에 큰 이익을 남기는 한국 대기업을 상대로 '사회 환원'을 강하게 주장해야 한다.

간단히 말해 미국에 사는 한인이 '한국과의 관계'에 있어 무언가 편리해졌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총연의 우선 목표가 돼야 한다. 총연의 존재 의미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아니면 그저 전.현직 한인회장의 친목 단체일 뿐이다.

미주총연이 시대적 소명을 알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좌표'를 찍어봐야 한다. 총연은 미국이라는 가로축과 2009년이라는 세로축 어딘가에 존재한다.

참정권 시대라는 '시간'과 전세계 유권자의 절반이 있는 미국이라는 '공간' 두 축에서 총연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총연 회장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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