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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닫혔던 가게 문을 열며…

뷰티서플라이가 비필수 업종이라 가게 문을 닫았다가 봉쇄가 풀리며 가게를 다시 열었다. 그동안 쇼핑을 못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미장원과 네일 살롱에 못가는 사람들이 직접 머리와 손톱 손질을 해서인지 가게는 코로나19 이전보다 바빠졌다.

그러나 반짝 특수였다. 머리 깎는 클리퍼와 손톱을 정리하는 기계의 재고가 바닥났다. 도매업체도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니 물건이 없다. 재난 지원금(stimulus check)과 실업수당으로 돈이 풀려 보석상이나 리커마켓 하는 분들은 크리스마스 때처럼 장사가 잘 된다고 들었는데, 나는 아쉽게 되었다.

가게를 다시 열어 고맙다는 손님들을 만나니 반갑다. ‘집콕’할 때는 끝이 안 보이는 터널 속에 갇힌 기분이라 날짜와 요일도 잊고 지냈는데 출근하니 좋았다. 가게를 닫아 매출이 없어도 임대료는 내야 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이다 싶었다.

스니즈 가드를 설치하고 거리두기를 위한 발자국 표시를 바닥에 붙였다. 스니즈 가드는 재채기를 하거나 말할 때 튀어나오는 침방울을 막는 구조물이다. 업체에 물어보니 개당 150달러나 한다. 남편이 유튜브를 보더니 아크릴판을 20달러씩에 구입해 3개를 설치했다. ‘마스크 없이 입장금지' ‘6피트 거리두기’ 등의 스티커를 정문에 붙이고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손님을 맞는다. 환기를 위해 문을 활짝 열어 두어야 해서 날씨는 더워지는데 에어컨도 못 틀게 생겼다. 수시로 가게를 소독해야 하니 몸은 바쁘고 장갑 낀 손에는 땀이 찬다. 마스크가 얼굴의 반을 가리니 갑갑하다. 손님도 마스크를 쓰고 얘기하니 가뜩이나 어려운 영어가 더 안 들린다.



조심하라며 짝퉁 루이비통이나 샤넬 로고가 박힌 마스크를 주고 가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마스크 없이 들어와 물건 하나만 사고 바로 나간다 하면서 전화통화로 침방울을 날리는 막무가내 손님도 있다.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티셔츠를 입은 흑인 손님이 잘 버티라며 7달러 남짓의 잔돈을 안 받고 간다. 조그만 아시안 아줌마가 불쌍해보였나.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때문에 전국적으로 번지던 시위는 이제 다행히 잠잠해졌다. 약탈과 방화가 시위의 본질을 흐린 것은 마음 아프지만 그동안 무심히 살면서 모르고 있던 미국의 제도적 인종차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부정적인 흑인의 이미지 뒤에 숨은 원인을 간과했었다. 수십 년 동안 해결되지 않은 불평등과 편견의 결과인 것을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며 알게 되었다. 본인 의지로 선택할 수 없는 피부색 때문에 차별받는 흑인의 역사는 슬프다. 유색 인종인 한인도 편견과 불평등의 유리 천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으니 마음이 무겁다.

아침에 베란다로 나가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진한 커피 한 잔으로 잠을 깨운다. 두통도 없고 목 아픈 증세도 없이 아침을 맞이할 수 있으니 고맙다. 수많은 사망자와 실업자를 양산한 코로나19로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지만 가족 모두 건강하고 아이들과 우리 부부도 일할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이해인 수녀의 시 ‘감사예찬’의 일부를 소개하고 싶다. ‘감사만이 보석입니다/ 슬프고 힘들 때도 감사할 수 있으면 삶은 어느 순간 보석으로 빛납니다.’


최숙희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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