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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포럼] 이민 잠정중단은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트로이 목마’

박동규 / 변호사·시민참여센터 법률 대책위원
박동규 / 변호사·시민참여센터 법률 대책위원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20/07/02 미주판 7면 기사입력 2020/07/01 18:52

이민자들이 ‘보이지 않는 적’인가

코로나19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한창이던 지난 4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갑자기 올렸다.

“보이지 않는 적들의 침공에 대비하고 위대한 미국 시민들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미국으로의 이민을 일시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다.”

그는 이민자들을 ‘보이지 않는 적들’인 전염병처럼 교묘하게 묘사하고 거기에다 이민자들이 들어오면 미국 시민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인종차별주의자들의 근거 없는 주장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사용했다. 미국 내 이민자 권익 옹호 단체들 종교기관들은 일제히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이민자들을 속죄양으로 만들어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 사태의 대처 실패와 사상 최대 실업사태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시도다.” “반미국적이며 반기독교적이며 비도덕적인 처사다”라고 강도 높게 성토했다.

스티븐 밀러에게는 ‘장기적인 계획’이 있었다

이틀 후 트럼프 대통령은 속전속결로 ‘이민 잠정 중단’을 전격적으로 선포하였고 4월 23일 저녁부터 유예기간도 없이 즉각 발효되었다. 이로 인해 시민권자의 배우자와 21세 미만 자녀를 제외한 모든 가족이민 비자 신청자들과 투자자 및 의료계 종사자들을 제외한 모든 취업이민 비자 신청자들은 그 후로 60일간 미국으로의 입국이 전면 금지되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대다수의 이민변호사조차도 60일 후에는 다시 이민이 허용될 것이니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다음날 경악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4월 23일자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행정명령의 기안자인 백악관 수석 고문 스티븐 밀러가 선포문 발표 직후 백인 우월주의 및 반이민 단체들과 통화한 녹취록을 전격 공개했다. 밀러는 “이번 발표는 ‘연쇄 이민’을 막기 위한 장기적 계획의 일부일 뿐이며 궁극적인 목적은 이민 노동자들이 미국에 들어오는 것을 수도꼭지를 틀어막듯이 ‘완전 봉쇄’ 하는 것이다”라고 본심을 드러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켄 쿠치넬리 국토안보부 부장관대행과 채드 울프 국토안보부 장관대행이 즉각 스티븐 밀러 수석 고문의 발언을 두둔하고 지지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쿠치넬리 부장관대행은 밀러의 입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오래된 입장이다”라며 대통령의 밀러에 대한 전폭적인 신임을 확인해주면서 그를 두둔하고 인종주의자들을 다독였다. 울프 장관대행은 한발 더 나아가 “이른 시일 내로 임시 취업비자를 제한하는 조치를 대통령에게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이민 잠정중단 연장 및 취업비자 잠정중단 발표

불안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는다고 했던가? 트럼프 대통령은 첫 번째 ‘이민 잠정중단’ 선언을 한 지 정확히 60일이 되는 6월 22일 자정을 기해 두 번째 ‘이민 잠정중단’ 행정명령을 발효시켰다.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민중단 행정명령 유효기간을 올해 12월 31일까지 연장한다.

둘째, H-1B 전문직 취업비자, H-2B 비농업 계절노동자 취업비자, J 교환 학생 및 연수생 비자, L 다국적 기업의 간부급 직원 비자 그리고 그들의 동반 가족의 해외 비자 발급을 추가로 중단한다.

셋째, 신규 신청 시에는 물론 이미 승인된 취업비자와 취업 영주권의 경우라도 규정 위반 여부를 철저히 수사할 것을 명령하였다.

넷째, 유죄평결은 물론 체포와 기소 기록만 있어도 미국 내 취업을 금지한다는 조항도 포함했다.

전문직 취업비자를 가장 많이 신청하는 기업들인 아마존·구글·애플·페이스북 등 실리콘 밸리 중심의 IT 기업들은 일제히 이번 취업비자 중단 선포를 미국의 경쟁력과 기술혁신을 후퇴시키는 조치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미국 상공회의소 또한 “이민제한 정책은 투자와 기업운영을 해외로 가져가게 해서 미국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비판했다.

이민정책연구소(MPI)에 따르면 이번 행정명령으로 인하여 향후 6개월간 입국이 거부되는 취업비자 신청자는 약 21만9000명이다.

또한 백악관의 발표에 따르면 같은 기간 입국이 거부되는 이민비자 신청자까지 포함하면 52만5000명에 달한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공화당과 반 이민론자들이 RAISE 법안을 상정하면서 목표로 했던 합법 이민 50% 축소라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의 꿈’이 실현되는 것이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된다면 이들은 6개월마다 이 ‘이민 잠정중단’을 연장할 것이며 다른 단속 조항들도 더 추가할 것이 분명하다.

이민 잠정중단은 백인 중심국가 회귀의 ‘트로이 목마’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에 발표한 60일간 ‘이민 잠정 중단’ 정책은 처음부터 ‘잠정’ 정책이 아니라 ‘장기적인’ 정책이었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났다. 의회를 거치지 않고 소송을 피하고 큰 피해가 없는 것처럼 가장된 일종의 ‘트로이 목마’였던 것이다. 이로써 백인 우월주의자들과 반 이민론자들의 속내는 ‘유색인종 이민자 축소’라는 것이 드러났다.

실제로 백인우월주의 단체들의 강령에는 “유색인종 대량이민은 백인 인종학살(White Genocide)이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이 외치는 “Make America Great Again”의 궁극적 종착역은 “Make America White Again”이라는 것을.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이민자 차별과 혐오 확산

코로나19 전염병은 언젠가 치유되겠지만, 이민자 차별과 혐오는 그 후에도 지속이 될 수 있어서 더 무섭다. ‘아시아 퍼시픽 정책기획위원회’(A3PCON)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13일 기준 미전역 아시아계 미국인 차별 사건은 1900여 건이 신고됐으며, 인종별로 중국계 41.1%에 이어 한인이 전체의 16.7%를 차지,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시민참여센터(KACE)는 뉴욕·뉴저지·커네티컷·시카고 등의 110여 한인교회가 참여하는 이민자보호교회네트워크와 한인 커뮤니티 봉사단체들과 함께 코로나 사태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힘들어하는 서류 미비자들을 포함한 모든 한인 동포 이민자들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법적, 재정적, 신앙적 도움을 드리고자 꾸준히 노력해 나갈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트럼프 행정부의 인종차별적 반이민정책을 이겨낼 수 있는 두 가지의 강력한 무기가 있다. ‘인구조사 참여’와 ‘선거 참여’다. 이 두 가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60년대 민권운동의 주제가처럼 불렸던 ‘우리 승리하리라(We Shall Overcome)’ 노래의 가사처럼 우리도 승리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두려움 없이, 손에 손을 잡고, 평화롭게 살기 위해 모두 함께 참여한다면 다윗이 거인 골리앗을 쓰러뜨리듯 저 사악한 인종차별과 백인우월주의라는 마귀 권세를 반드시 무너뜨릴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오, 참 맘으로 나는 믿네. 우리 승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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