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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냉면 모독

지상문 / 파코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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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20/07/03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20/07/02 18:19

얼음을 써는 톱 소리가 시원하다. 어른 목침만한 얼음을 새끼줄에 질끈 매어 주는 얼음집 아저씨의 옷자락이 두텁다. 줄줄 녹아 흘러내리는 얼음이 집에 다 가기 전에 없어질까 종종걸음을 친다. 얼음집 아저씨는 좋겠다. 더우면 얼음 창고로 들어가면 얼마나 시원하겠는가. 이담에 나도 그 창고에서 일하면 좋겠다. 아니면 얼음 나오는 기계를 만들어 부엌이나 마루에 두면 엄마도 좋고 나도 좋겠다. 어린 꿈이었다.

봄이 왔다 가도록 만져보지도 못하고 여름이 왔다. 그새 뒷머리카락이 길다 못해 곱슬머리로 파도를 친다. 얼음이 떠있는 냉면 대접에 달걀 노른자의 빛이 곱다. 그러나 냉면집마다 큰 가위를 들고 와서 국수를 잘라주겠다는 데는 질색이다. 그 옛날 어머니들의 반짇고리에서 들고 나온 가위와 똑같이 생겨서일까.

냉면이라면 무엇보다 ‘피양물냉면’이다. 그 평양물냉면이 요즈음 심심찮게 코미디의 소재가 되곤 한다. ‘목구멍으로 넘어갑네까’ 등의 조직폭력배나 야쿠자 전용의 거친 말들이 냉면의 체면을 무참하게 박살내 버렸다.

음식은 재료부터 요리 과정의 손맛과 분위기 그리고 뒷맛으로 결정된다. 생각이 엇갈리고 이해관계가 빗나가도 음식 앞에서는 마음을 비우고 겸손해야 하고, 맛과 품위를 살려주어야 할 일이다. 음식은 서로 주고받기도 하고 마주앉아 대화를 부드럽게 잇는 촉매이기도 하다. 어머니가 주시는 밥을 맛있게 먹는 것 또한 효도이듯 음식에는 정이 깃들어 있음은 누구나 안다.

개인도 집단도 국가도, 얽힌 이해관계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역사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인격을 모욕하면 얻어질 답은 멀어진다. 마음에 안 들어도 서로 존중하는 자세로, 장마철 흙탕물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여유로 넓어지자. 외통수 막다른 길은 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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