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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가족 있다고…아동 성착취물 손정우에 최소실형 때린 法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7/07 13:03

2018년 9월 1심=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2019년 5월 2심=징역 1년 6월(구속)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 씨가 6일 오후 법원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으로 석방되어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일 서울고등법원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으로 석방된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 음란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의 전 운영자 손정우(24)는 2018년 3월 한국에서 아동·청소년 음란물 유포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6월 복역을 마쳤다.

미국 법무부가 범죄인 인도조약상 손씨가 한국에서 처벌받지 않은 '국제자금세탁' 혐의로 손씨의 송환을 요청해 다시 구속됐지만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석방돼 자유의 몸이 됐다. 손씨가 만약 미국에 송환됐더라면 미국 법률상 최대 징역 20년 선고가 가능했었다.

손정우 판결 다시보기
중앙일보는 2018년 9월 손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던 1심 판결(최미복 부장판사)과, 2019년 5월 이를 파기하고 손씨에게 징역 1년 6월 실형을 구형했던 2심 판결(이성복 부장판사)을 다시 들여다봤다.




텔레그램 성착취 문제를 알린 여성 활동가들이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손정우의 미국 송환을 불허한 사법당국을 비판하고 있다. [뉴스1]





해당 판결문엔 손씨가 처음부터 ▶'아동 음란물이 성인 음란물보다 경제적으로 이득'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웰컴투비디오 사이트를 사들인 점 ▶128만명의 회원들에게 '성인 음란물은 올리지 말라'고 공지한 점 ▶손씨가 범행 과정에서 아청법을 검색하고, 여성가족부의 성범죄 알림앱을 다운받으며 위법성을 인식하고 있던 정황도 확인할 수 있다.

지방법원의 한 현직 판사는 "불과 지난해임에도 손씨의 판결문을 보면 n번방 사태가 터지기 전, 아동 성착취 성범죄자에 한국 법원이 얼마나 관대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n번방 유사 범죄에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고 선고하는 검찰과 법원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는 것이다.


손정우의 범죄는 무엇이었나
손씨는 2015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자택에서 아동·청소년 전용 음란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를 사들였다. 여기에 평소 다운받아 두었던 아동 청소년 음란물 10GB가량을 업로드 했고, 불특정 회원들에게 일정 금액의 비트코인을 지불하거나 다른 음란물을 올리면 해당 영상을 다운받을 수 있게 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손씨가 직접 올린 아동·청소년 음란물만 3055개에 달하고, 4073명의 회원이 7293회에 걸쳐 손씨에게 약 4억원을 지급하고 음란물을 다운받았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 손씨가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하는 2년 8개월 동안 128만명의 회원이 가입했고, 이 사이트에선 수십만건의 아동 음란물 다운로드가 일어났다.

손씨가 만들어놓은 시스템에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음란물을 공유하며 사이트는 괴물처럼 커졌다. 당시 이 사이트의 상위 검색어는 입에 담기 어려운 단어들이 많았다. 한 전직 검사는 "아동 음란물이 연령에 따라 세세하게 분류되는 끔찍한 곳이었다"고 말했다. 판결문에는 손씨는 모든 범죄 사실을 시인했고, 범죄 수익도 대부분 환수된 것으로 나온다.




제시 리우 미 워싱턴DC 연방검사가 지난해 10월 16일 세계 최대 아동 포르노를 유통시킨 불법 폐쇄 사이트 다크넷의 운영자인 한국인 손정우씨와 세계 38개국 이용자 337명을 적발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이광조 JTBC 촬영 기자]〈br〉





1심 재판장이 언급한 '유리한 양형사유'
1심 재판장이었던 최미복 판사는 손씨의 불리한 양형 사유로 "아동, 청소년에 대한 인식을 성적으로 왜곡하는 범죄로 사회에 미치는 해악이 크고 유포된 음란물이 상당하며 피고인이 얻은 경제적 이익이 4억원 상당"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유리한 정상으론 "피고인의 나이가 어리고 다른 범죄전력이 없으며 반성하고 있고 (피고인이 아닌) 웰컴투비디오 회원들이 업로드한 음란물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회원들에게 영상을 올리는 유인을 제공한 것은 손씨였는데, 이를 손씨 양형에 유리한 양형사유로 삼은 것이다.

1심 판사는 이를 근거로 손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취업제한 명령도 면제해줬다. 당시 법률상으로도 아동·청소년 음란물 배포 및 판매는 징역 10년 이하에 처할 수 있는 중범죄였지만 실형을 선고하지 않았다. 손씨는 1심에서 변호인 7명을 고용했다.

해당 범죄의 형량은 n번방 사태 이후 법이 개정되며 징역 5년 이상으로 상향됐다. '○년 이하'의 경우 판사가 그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선고할 수 있지만 '○년 이상'의 경우 최대 법정형의 절반만 감형해줄 수 있다.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를 운영한 손정우의 미국 송환이 불발된 6일 손씨의 아버지가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손씨 범죄인 인도심사 심문기일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항소심 "음란물 제작자와 소비자 연결하는 촉진자"
손씨의 항소심은 1심의 집행유예 판결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손씨를 구속했다.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에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2심 재판장은 손씨가 성적 인식을 왜곡한 사회적 해악을 넘어 "아동 음란물 제작자와 그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매개 혹은 촉진자의 역할을 했다"고 질타했다.

그럼에도 손씨가 어릴 때부터 불우하게 자랐고, 부양할 가족이 있는 점을 유리한 정황으로 삼아 최소한의 실형만 선고했다. 미국에선 웰컴투비디오에서 아동 포르노를 단 1회 다운로드 받았던 전직 국토안보부 수사 요원인 리처드 그래코프스키(40)도 징역 5년 10개월에 보호관찰 10년형을 받았다.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를 운영한 손정우가 미국 송환이 불허된 6일 오후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고 있다. [뉴스1]





손정우 "새롭게 태어나고 싶다"
손씨는 수사 초기 구속된 기간을 포함해 올해 4월 모든 형량을 복역한 뒤, 미국의 송환 요청으로 다시 구속돼 6일까지 수감됐다. 법원이 미국 송환 결정을 불허하며 석방된 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손씨의 아버지는 손씨가 자신에게 "'다시 새롭게 태어나고 싶다''가족에게 정말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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