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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K팝 뒤엔 추악한 왕따·괴롭힘…"AOA는 운 나빴을 뿐"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7/08 17:36



AOA 5인. 왼쪽부터 혜정·유나·지민·찬미·설현. 사진 일간스포츠






“아이돌 그룹에서 왕따나 괴롭힘을 숱하게 봤습니다. AOA는 그냥 운이 나빠 걸린 거에요."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해 2년 남짓 연예계에서 활동했던 A씨(27·여)가 최근 걸그룹 AOA에서 불거진 ‘동료 괴롭힘 논란’을 보고 털어놓은 말이다. 3년여의 연습생 생활을 거쳐 데뷔했다는 A씨는 8일 "연예계에서 왕따와 괴롭힘을 숱하게 목격했다"고 말했다.

걸그룹 전직 멤버 "괴롭힘은 흔한 일"
A씨는 연예계에서 괴롭힘이 흔한 이유로 모두가 주목받을 수 없는 아이돌 그룹의 속성과 인기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연예계 문화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연예계 활동 내내 심한 중압감에 시달렸다"고 회상했다. 수시로 외모·노래·춤 등을 평가받아야 했고, 몸매 관리를 위해 아침과 저녁을 걸렀다고 한다.

생활은 더욱 고됐다. 오전 6시에 하루를 시작한 연습은 그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지기 일쑤였다. 활동 기간에는 준비 시간을 고려해 오전 3시에 기상했다. 멤버들과 숙소에서 동고동락하며 휴대전화 한 대를 돌려썼다. 그마저도 통화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었고, 가족과만 짧게 대화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결과를 내야 하다 보니 군기와 서열이 자연스레 잡혔다. A씨의 마음은 점점 멍들어갔다. A씨는 “무대 결과가 좋지 않으면 대표 등에게 ‘엎드려 뻗쳐’ 등 기합을 받았다”며 “욕설과 폭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2014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AOA 설현이 음식을 먹고싶다고 얘기하고 있다. 사진 tvN 캡처






아이돌그룹은 이처럼 끝없이 내외부와 경쟁을 해야 하다 보니 단합은 쉽지 않았다. A씨가 몸담았던 그룹의 한 멤버는 끝내 팀을 탈퇴했고 이 그룹은 해체 수순을 밟았다. A씨도 현재 연예계를 떠났다. “감시와 통제를 받으면서 단체생활을 하는데 마음 살펴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그런 가운데 살아남으려고 경쟁하잖아요. 유명 기획사 연습생이 나가는 사례를 많이 봤는데, 보통 시기·질투 등으로 인한 괴롭힘 때문이에요. 서로가 주목받아야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어요.”

AOA '괴롭힘 논란'…연예계 "터질 게 터졌다"



AOA 민아(왼쪽)와 지민. 사진 일간스포츠






걸그룹 AOA 출신 민아(26·본명 권민아)는 지난 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AOA 리더 지민(29·본명 신지민)의 괴롭힘 때문에 AOA를 나가게 됐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지민은 당일 민아를 찾아가 사과하고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올렸지만 비난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민도 결국 지난 5일 AOA를 탈퇴하고 연예 활동을 중단했다. 민아 소속사 우리액터스에 따르면 민아는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이전부터 치료를 받고 있었다.


연예계 안팎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강일권 대중음악평론가는 “이번 AOA 논란은 K팝의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한 팀의 문제나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개인의 자유를 통제하는 한국 아이돌 시스템의 고질적인 폐단”이라고 지적했다. 오랜 연습생 생활, 합숙 체재 등 외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한국만의 독특한 아이돌 육성 시스템이 빚어낸 결과라는 것이다.




지난해 Mnet ‘퀸덤’ 2차 사전경연 커버곡 대결에서 마마무의 ‘너나 해’를 재해석한 AOA. [사진 Mnet]






아이돌 육성 시스템 개선해야
강 평론가는 “K팝 아이돌의 위상이 높아졌지만 무조건 찬양만 하기보다 어두운 부분을 공론화해야 한다”며 “시스템 폐단 속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할 정도로 아이돌이 고통받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여전히 아이돌에 열광하는 분위기도 모순적이다. 철저한 통제로 K팝 아이돌이 성장했지만, 그 위상이 설령 무너지더라도 이런 시스템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소속사의 강압적인 관리나 미온적 대처도 도마 위에 올랐다. 민아는 “FNC(전 소속사)에도 다 얘기했다. 수면제에서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지민 언니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는데 귀담아들어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 역시 “소속사가 연습생이나 소속 가수들을 돌봐주는 게 무척 중요하다”며 “연습생이나 소속 가수의 말을 잘 들어주고 이들의 정신건강 관리를 해주는 소속사는 내부 잡음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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