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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코로나 위기와 '탐욕' 바이러스

장소현 / 시인·극작가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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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20/07/09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20/07/08 19:03

한국 사회에 ‘생태 문명’의 가치를 전파하는데 앞장서 온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이 지난달 25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73세, 한창 일할 나이에, 늘 꿈꾸던 건강하고 좋은 세상을 보지 못하고 떠나 너무도 안타깝다.

고인이 쓴 마지막 칼럼의 한 구절을 다시 읽는다.

“지금 지구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자본주의의 폭주, 과잉 산업 발전과 소비주의의 소산이다. 근본적인 대책은 우리 모두의 정신적, 육체적 면역력을 증강하는 방향이라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의 생태계 훼손을 막고, 맑은 대기와 물, 건강한 먹을거리를 위한 토양의 보존과 생태적 농법, 그리고 무엇보다 단순 소박한 삶을 적극 껴안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를 구제하는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도 마스크도 손씻기도 아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공생의 윤리를 부정하는, 그리하여 우리 모두의 면역력을 체계적으로 파괴하는 탐욕이라는 바이러스다.”-4월17일자 한겨레 칼럼

김종철 선생은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영남대 교수로 재직하는 한편으로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면서 주로 시에 대한 역사주의적 해석과 비평에 힘썼다.

그러다가 동독 출신 녹색사상가 루돌프 바로의 영향을 받아 생태주의에 심취하게 되었고, 적극적인 활동을 위해 1991년 11월 격월간 잡지 ‘녹색평론’을 창간해 최신호인 172호에 이르기까지 단 한 호도 빠짐없이 30년 가까이 지속해왔다.

‘녹색평론’의 창간사는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가?”라는 무거운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오늘날 생태학적 재난은 인간이 진보와 발전의 이름 밑에서 이룩해온 문명의 위기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이 삶을 영위하는 올바른 방식은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근본적으로 성찰할 것”을 주장하고, 농업과 생태적 상상력에서 희망의 근거를 찾는다.

무한성장 신화에 취해있던 한국 사회에서 생태 문제를 문명사적 차원에서 고민하는 ‘녹색평론’의 목소리는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였다. 그의 주장을 두고 급진적 혹은 근본주의적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기후 위기와 그 위기에서 파생된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신음하는 오늘 날 매우 큰 울림을 주는 외침이다.

생태운동과 더불어 평화운동에도 앞장선 그는 잡지와 함께 중요한 단행본도 왕성하게 발간했고, 강연도 열심히 하여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미쳤다. 또한 자신의 주장을 담은 저서와 번역서를 통해 한국사회 담론의 지평을 확장한, 끊임없이 행동해온 지식인이자 실천가였다.

고인의 목소리를 몇 가지 다시 읽는다. 그는 끊임없이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느냐고 우리에게 묻는다.

“지금은 생태학적 관심을 중심에 두지 않는 어떠한 새로운 창조적인 사상이나 사회운동도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나는 믿는다.”

“우리와 우리의 자식들이 살아남고, 살아남을 뿐 아니라 진실로 사람다운 삶을 누릴 수 있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협동적인 공동체를 만들고, 상부상조의 사회관계를 회복하고, 하늘과 땅의 이치에 따르는 농업 중심의 경제생활을 창조적으로 복구하는 것과 같은 생태학적으로 건강한 생활을 조직하는 일밖에 다른 선택이 없다.”

“지금은 전면적인 문명의 전환기이자 인류의 존속이 걸린 위기 상황인데 지식인들과 문인들은 이런 문제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모든 사람에게 박수 받으려 마십시오. 그 길은 사기꾼의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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