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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문화·예술을 살리는 힘

독일 쾰른 시에 있는 필자의 갤러리 계좌에 독일 정부에서 주는 긴급 재난 문화기금 9000유로가 입금됐다. 코로나19로 인해 갤러리 행사는 모두 취소되었고 월세를 삭감해주는 착한 건물주를 둔 것도 아니어서 별반 기대도 하지 했던 재난 지원금을 뜻밖에도 독일 정부로부터 받은 것이었다.

코로나로 인한 국가 위기 상황이 극에 달한 3월 25일, 엥겔라 메르켈 총리는 문화부 장관인 모니카 그루터스를 대동하고 코로나 위기로 인해 타격을 입은 문화계를 돕기 위해 500억 유로의 예산을 긴급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미화로 567억 달러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이다. 전 세계의 문화계가 이를 보도하면서 메르켈 총리의 통 큰 문화정책이 다시 한번 주목을 받게됐다.

문화부 장관은 발표에서 메르켈 총리를 대변해 창조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예술가들이야말로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존재라고 덧붙였다. 발표가 난 이후 쾰른 시가 속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정부 사이트에서 다운받은 A4 용지 두 장 분량의 지원서를 작성하여 보냈고 2주 만에 지원금이 입금됐으니 어느 나라든 국가사업에서 이보다 더 간단한 절차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갤러리에서 소개하는 작가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창작 지원금 명목의 지원이었지만 독일 정부는 작가들에게 창작에 대한 어떠한 결과물이나 예술 프로젝트 참여나 보고서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불안과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고 이럴 때일수록 더욱 창작에 몰두해달라는 진심 어린 격려가 담긴 지원금이었다.



문화가 밥 먹여준다는 말 자체가 식상할 정도로 모든 나라들은 문화 산업이 창출하는 인프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각국의 문화부 역할도 점점 확대되어가고 있지만 그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는 것에 비해 막상 이를 정책으로 실현하기는 쉽지 않다. 정치·사회·경제적인 사안들에 의해 내일로 미뤄지기 쉬운 문화정책이 어떤 사안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것을 메르켈 총리는 실천으로 보여준 것이다.

6월 4일 여론 조사에 의하면 메르켈 총리의 지지율은 71%다. 독일인의 삶을 요리조리 보살피는 엄마와 같은 정치인이라는 명성이 무색하지 않다.

메르켈 정부는 집권 이후 기존의 그 어떤 정부보다도 적극적으로 문화 산업의 진흥을 위해 힘써왔다. 미술 분야는 물론이고 독일이 강세를 보였던 음악이나 문학·공연 분야 등의 투자를 통해 이는 단순한 재정적인 지원이 아닌 ‘미래에 대한 투자’임을 강조하였다.

메르켈은 정치적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2021년 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16년의 정치 인생을 마감하겠다고 발표했다. 문화와 예술로 독일인들의 삶과 마음을 부자로 만들어주고자 했던 메르켈의 꿈은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


최선희 / 초이앤라거 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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