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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정든 차를 보내며

정현숙 / LA
정현숙 / LA 

[LA중앙일보] 발행 2020/07/10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20/07/09 18:18

“당신 이제는 운전 그만 두시는 게 어때요?” 올해 초, 운전을 하고 오면 피곤해 보이는 남편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더니 “아니, 아직 5년은 더 타려고 해. 내 차도 아직 멀쩡하잖아”라고 답했다.

올해 80이 된 남편은 아직 운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민 전 한국에서 운전하던 것까지 합하면 남편은 경력 50년의 무사고 운전자다.

미국에 오자마자 큰 밴을 몰고 다니며 가족을 위해 열심히 뛰던 남편이다. 가끔씩 나를 옆에 태우고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곤 했다.

이사로 대륙 횡단도 2번 했다. 건강이 안 좋으니 혼자 비행기 타고 가라는 가족들의 권유도 뿌리치고 자동차 여행을 했다.

남편은 운전을 아주 즐거워한다. 특히 장거리 여행에는 피곤함도 모르는 것 같다. 그런데 3월부터 상황이 변했다. 남편이 집에만 있게 되면서 남편의 차는 먼지만 뒤집어 쓴 채 길 건너에 서 있었다.

아들 며느리가 조심스럽게 이젠 운전 그만 하는 게 어떠시냐고, 필요할 땐 자기들의 차를 타든지 원하면 자기들이 어디든 모시겠다는 제안을 했다. 노인들은 밖에 다니지 말라는 지침을 따르는 남편은 언제 운전을 하게 될 지 몰라서 그런지 승낙을 했다.

헤어질 생각 때문인지 깨끗이 닦아 놓은 푸른색 밴이 아주 예뻐 보였다. 인터넷에 올린 다음날 차가 팔렸다.

유리창으로 늘 바라볼 수가 있어 길 건너편에 세워 놓았던 자리에 다른 차가 서 있다. 왠지 가슴이 허전하다.

33년 전 이민와 다섯 식구가 차 한 대로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남편 가게 출근 후에 혼자 장도 보고 여기저기 타고 다니던 때가 있었다. 그 차를 떠나 보낼 때 골목길을 빠져 나가던 차를 보고 눈물을 흘리던 생각이 난다. 자동차도 정이 들면 헤어질 때 슬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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