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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마스크 쓰는 나라, 마스크 벗는 나라

[LA중앙일보] 발행 2020/07/10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20/07/09 18:19

미국 와 얼마 안돼 텍사스로 운전해 여행을 갔다. 땅이 넓다 보니 여러 차선의 고속도로 옆에는 역시 많은 차선의 로컬 도로가 평행으로 달리고 있었다. 도로도 인상적이었지만 그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운전자들의 모습이었다. 도로 신호등에 정지할 때 차들은 바로 앞차 뒤에 서지 않고 넉넉한 공간을 두고 멈췄다. 좁은 서울에서 앞차와 닿을 정도로 바싹 붙어 있는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그때 한국과 미국은 많이 다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살아갈 미국은 환경에 따른 문화차이가 클 것으로 막연히 짐작했다. 그 후 한인이 많은 LA에 살면서 문화 차이를 잊고 살았다. 그러던 중 다시 떠올리는 계기가 된 것이 ‘마스크’였다.

메릴랜드주립대학(칼리지파크) 미셸 겔펀드 문화심리학과 교수는 인간의 사고와 행동은 속해 있는 문화권(환경)에 의해 결정된다고 설명한다. 그는 저서 ‘선을 지키는 사회, 선을 넘은 사회(원제: Rule Makers, Rule Breakers)’에서 문화의 유형을 ‘빡빡한(tight)’ 문화와 ‘느슨한(loose)’ 문화로 구분한다. 빡빡한 문화는 사회 규범이 강하고 느슨한 문화는 약하다.

겔펀드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해 독일, 싱가포르, 파키스탄 등은 빡빡한 문화권 국가들이다. 구성원에게 부과된 사회적 규율이 강하다. 집단 전체를 위한 일에 협조적이고 자제력도 강하다. 주변의 이목에도 관심이 많다. 기존 제도에 순응해 위기상황에서 단합된 모습의 보인다. 대체로 국토가 좁고 인구밀도가 높은 특성이 있고 역사도 순탄치 않은 경우가 많다.

반면 미국, 호주, 뉴질랜드, 스페인 등은 느슨한 문화의 국가들이다. 구성원은 개성과 자유를 중시한다. 획일적 규제보다는 자율성을 선호한다. 빡빡한 문화권에 비해 협동심과 자제심은 약하지만 다양성을 인정해 창의적인 특성이 있다. 이런 국가들의 경우 국토가 넓고 역사적으로 극한의 상황에 처했던 시기가 드물다.

한국인은 마스크를 쓰라는 정부의 정책에 거부감이 없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쓰지 않는 이유도 많다. 마스크 착용의 코로나19 예방효과가 미미하다는 것부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주장까지 다양하다. 플로리다주 팜비치카운티 마스크 공청회에서는 “마스크 착용 강요는 인류를 향한 범법 행위” “숨 쉴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신에 대한 모독” 등의 착용 반대 의견이 나왔다. 마스크 반대 이유에 ‘인류’ ‘권리’ ‘신’ ‘모독’ 등의 추상적 수사까지 쏟아졌다. 여기에 정치·이념적 이유로 착용을 결사 반대하는 부류도 있다.

한국은 다르다. ‘일제히’ 마스크를 착용한다. 그다지 힘든 일도 아니고 정부에서 권장하는데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소수 반대 의견이 있지만 다수에 묻히고, 착용 거부는 사회 규범에 대한 반항으로 간주돼 범법자 취급을 받기도 한다. 미국보다 두 달 먼저 시작했지만 착용 거부감은 적다.

문화 차이는 우열의 개념이 아니다. 빡빡한 문화가 우월하고 느슨한 문화가 열등한 것은 아니다. 마스크 착용도 마찬가지다. 마스크를 착용한 국민이 우월하고 쓰지 않는 국민이 열등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고 있다. 마스크 착용은 문화적 차이 이전에 생존의 문제다. 착용 거부로 인한 피해는 타인에게까지 옮겨간다. 문화적 차이와 표현의 자유를 앞세우기에 사태가 심각하다. 코로나19와의 싸움은 문화가 아닌 과학의 영역이다. 바이러스는 ‘숨 쉴 권리’를 인정할 만큼 자비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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