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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위로를 주는 사람

노기제 / 통관사
노기제 / 통관사 

[LA중앙일보] 발행 2020/07/11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20/07/10 19:03

삶이 심심하다 생각 들었을 때 숨겨진 고통을 보았다. 내 힘으로 만들어 낼 수 없는, 그래서 필요한 이들에게 줄 수 없다는 무력함을 깨달았을 때 노랗게 보이던 하늘이 기억난다. 배고픈 사람과 나눌 수 있는 한 끼 식사, 심각한 육체의 병으로 절망에 빠진 이에게 희망의 영역으로 끌어내 주는 기도, 목적했던 꿈에 이르는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이에게 한 조각 내밀 수 있는 어떤 형태로의 도움.

주고 싶었다. 위로하고 싶었다. 웃어주고 싶었다. 아끼고 움켜쥐고 도망가려 않고 모두 나누고 싶었다. 어느 시점까지는. 그런 줄 알았는데 요즘 내 생활을 힐끗 진단해 보니 완전 주객이 바뀌어 버린 양상이다.

나는 어디 갔나? 주면서 행복했던 나. 벌써 죽은 모양이다. 주위를 둘러보며 안타깝게 찾는다. 따스한 손길 한 번 쯤 내게 줄 사람 없을까? 부드러운 음성으로 칭찬 한 마디 해 주면 좋겠는데. 나도 엄청 잘한다고 눈 크게 뜨고 놀라는 척 해주면 안 될까? 나 한 번 꼬옥 안아줄 순 없을까? 눈 감고 편히 기대고 싶다.

한참을 달려 온 내 삶에서 전혀 볼 수 없었던, 느낄 수 없었던 꽉 찬 만족감을 느끼고픈 갈증이 심하다. 으스스한 한기에 펼 수 없었던 두 어깨가 포근히 잠길 수 있는 온탕을 찾아 헤맨다. 그 간절함에 응답이 와 줬다. 우연이다. 즐겨 듣는 고전음악이 아닌, 트로트라니. 여자 가수들 경연 때부터 시간 때우기 딱이라고 권하던 친구에게 관심 없다고 고개 돌렸는데. 이번엔 남자 가수들의 경연이란다.

기대 없이 첫 회를 보고, 이어지는 경연 상황을 찾아보면서도 딱히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결승으로 치닫고 마스터들의 평가를 참고하면서 조금씩 마음이 빨려들고 있다. 진선미 결과에 긴장까지 하면서 지켜보다가 슬슬 가슴이 요동치는 희열을 맛보게 된다.

아무도 내게 주지 않던 따뜻한 포옹을 준다. 그리도 목말라하던 맞춤형 위로가 폭포수 되어 내게 쏟아진다.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탁월한 사람이라고 내게 자신감을 팡팡 넣어 준다. 아주 ‘자알’ 살아냈다고 나를 향한 엄지 척이 반복된다. 하루 스물 네 시간이 한 구석 빈 틈 없이 설렘으로 꽈악 찬다. 이렇게 내게 완전한 행복을 준 사람 없었다.

순진무구한 어린아이 같은 그의 표정에서 나는 입 벌리며 활짝 웃는다. 엷게 퍼지는 가벼운 그의 미소에 나는 안심하고 온갖 긴장해제 상태가 된다. 드디어 들리는 그의 목소리에 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는 행복감에 완전히 잠긴다. 미스터 트롯 진으로 뽑힌 임영웅이다.

그가 부르는 노래 가사에 흡입되기 전에, 강하게 약하게 조절되어 전달되는 그의 목소리가 내 심장으로 들어온다. 고맙고 감사하다. 어디에서도 구하지 못했던 위로를 받고 행복해진다. 나도 그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행복을 주고, 필요를 채워 주고 싶다. 내 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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