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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확진자 함구령과 실종된 기업윤리

[LA중앙일보] 발행 2020/07/13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20/07/12 13:36

최근 한인 운영 업체들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속 발생했다.

유명 업체들이다 보니 제보가 잇따랐다. 확진자가 나왔음에도 영업을 강행해 불안함 속에 근무한 직원들도 있었다. “고객에게 절대 알리지 마라”며 함구령을 내린 업주도 있다.

사실 여부를 충분히 취재한 뒤 마지막으로 업체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했다.

대개 업주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여러 번 메시지를 남겨도 답이 없었다. 연락이 닿아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업주 측 입장이 생략된 채 기사를 보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기사 보도 후 숨어있던 업주들이 나타났다. 답이 없던 업주들은 정작 기사를 본 뒤 “법적으로는 문제없지 않느냐”며 볼멘소리로 항의했다.

물론 후속 취재를 했다. 더 많은 제보가 이어졌다. 한 업주는 내부적으로 “신문사 관계자를 내가 잘 안다. 제보자를 찾을 수 있다”며 직원들을 겁박했다. “고객들만 모르면 된다”고 재차 강조한 업주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몇몇 변호사들과 대화를 나눴다. 한 변호사는 “요즘 같은 시기에 한인 업체들의 민낯이 드러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확진자가 발생한 해당 업체들의 족적을 돌아보기 위해 과거 기사들을 찾아봤다.

“한인사회와 상생하겠다” “OOO에 기부했다” “사회 환원에 힘쓰겠다” “정직이 덕목이다” “직원이 주인의식을 갖는 곳” 등 말은 번지르르하다. 다만 드러난 행동이 내뱉은 말을 증명하지 못해서 문제다.

코로나19 재확산 사태가 심각하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당장 주변이 긴장하게 된다. 아니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방역을 위한 사업장 소독은 물론이고 확진자와 접촉한 직원들은 감염 여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직원들에게 딸린 가족들도 있다. 감염의 위험성은 순식간에 증폭된다.

사업장을 방문했던 수많은 고객도 있다. 확진자 발생 소식도 모른 채 해당 업체를 다녀간 한인 고객들 역시 감염 위험에 얼마든지 노출됐을 수 있다.

확진자 발생 사실은 숨긴다고 될 일이 아니다. 더구나 한인 사회를 기반 삼아 영업하는 업체들 아닌가. 확진자 발생은 곧 한인 사회 공공의 문제로 직결된다. 확진자 발생 사실과 그에 따른 조치를 투명하게 알리는 건 기업과 공공 사이의 신뢰 이슈다.

한인 업체는 한인 사회와 함께 성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주류 사회를 향해 고객층을 넓혀가는 중이다.

아쉬운 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과 관련, 일부 한인 업체들의 대응 방식을 보면 여러 면에서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과연 ‘돈만 벌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인지, 확장하다 보니 성장의 토양이 됐던 한인 사회를 도외시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미국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 추구와 책임이 화두가 된 지 오래다. 공공의 기대는 기업에 대한 사회적 역할과 그에 따른 수행을 요구한다. 시대가 그렇다.

한인 업체들도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눈앞의 이익을 잡기보다 공공을 위한 선택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멀리 내다 봐야 할 시기다. 코로나19 사태는 분명히 지나간다. 다만, 팬데믹 사태 가운데 일부 한인 업체가 보인 맨얼굴은 아무리 화장을 해도 감출 수가 없다. 계속해서 뻗어 나가려면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법적으로만 문제가 없으면 되는가. 기업이 소유해야 할 사회적 가치는 그 이상의 의미다. 그게 안 되면 진정한 도약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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