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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부채의 추억

문 영 / LA
문 영 / LA  

[LA중앙일보] 발행 2020/07/14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20/07/13 18:33

맑디맑은 달이 유난히 밝았는데 오늘 낮이 100도를 넘어서고 있다. 아직은 집안까지 달아오르지 않아 지낼 만하다. 하얀 사기 항아리에 꽂혀 있는 부채, 우리 이민 역사 40년을 함께한 태극선이 말을 걸어온다. 모른 채 그만하고 같이 어울립시다 라고.

손으로 부쳐서 바람을 일게 하는 기구로 부채는 여름 나기에 꼭 있어야 했다. 더위를 식히는 전통적 방법으로 쓰이는 부채는 부엌 아궁이나 다리미 숯불을 피워 주기도 하고 우리 삶의 풍류를 멋스럽게 만들어 주기도 했다.

뜨거운 한낮에 마루에 걸터앉을 때 잔등에 부쳐주는 부채질, 수줍은 새색시의 얼굴을 가려주는 가리개, 현란하게 움직이는 부채춤, 광한루에 나타난 이 도령의 손 노리개 등등…. 부채는 파리 모기를 쫓아내는 방패로 쓰이기도 하고 느릿한 부채질로 양반의 체통을 지켜주기도 했다. 무당이 부채를 들고 춤추는 것을 본 것도 같다.

요즈음엔 여러 모양새로 맵시를 부려 운치 있는 장식품으로 환영을 받고 있다. 부채는 바람을 ‘부치는 채’에서 나온 말이라 한다. 그 옛날에는 큰 나뭇잎을 부채로 썼겠지만 언제부터인가 대나무 살을 만들고 종이를 발라 가볍고도 튼튼한 부채가 되었으리라 본다. 편편한 단선형(團扇形)을 비롯해 합죽선형(合竹扇形)과 접고 펴는 고려 부채가 중국 명나라와 일본에서까지 큰 환영을 받았다.

재료와 형식에 따라서 종류가 꽤 많아 단오 선물로는 부채가 가장 인기가 높았고 동지 선물로는 책력(冊曆)이 으뜸으로, 베스트셀러 아이템이었다 한다.

바깥 출입이 걱정되는 오늘의 갑갑한 마음에 천천히 부채 바람을 부쳐 본다. 코로나19 풍파가 지나가면 손자를 불러 모아 그 얼굴에 태극선 바람을 한바탕 시원히 부쳐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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