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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에일 스미스 맥주의 ‘.394’

# 샌디에이고는 맥주로 유명하다. 비어 캐피털(Beer Capital)로도 불린다. 대중화는 그들의 방향이 아니다. 소량 생산, 고급화를 추구한다. 이른바 마이크로 브루어리다. 그런 곳이 30여개나 된다. 세계적인 콘테스트의 입상작들도 있다.

그 중 하나가 에일 스미스(Ale Smith)다. 이 회사는 꽤 많은 제품을 히트시켰다. 대표적인 게 ‘Pale Ale .394’다. ‘페일 에일’은 주조(발효) 방식이다. 뒤에 붙은 숫자 ‘.394’가 이 제품의 본명(?)이다.

# 샌디에이고에 또 하나의 명소가 있다. 야구장 펫코 파크다. 그곳에 특별한 공간이 있다. TV 몇 대와 비디오 테이프가 가득한 곳이다. 영상은 모두 상대 투수들에 대한 것들이다.

메이저리그 구장에 자기 방을 가지려면 사장, 단장, 감독 정도는 돼야한다. 그런데 이 연구실은 선수 한명을 위해서만 제공된다. 파드레스의 간판 타자인 토니 그윈이다. 그는 매일 거기 틀어박혀 지낸다.



어느 정도의 선수였냐. 동시대를 산 투수가 있다. 다저스의 전설 오렐 허샤이저다. 그가 한 마디로 정의했다. “우리끼리 이런 농담을 했어요. 토니(그윈)를 상대로 열심히 던지는 건 바보짓이라고요. 이리저리 머리 굴리고, 애쓸 필요가 없어요. 그냥 한 가운데로 던지는 거예요. 어차피 결과는 마찬가지죠. 바깥쪽에 던지면 밀어쳐서 안타고, 몸쪽에 붙이면 선상으로 2루타 맞을 게 뻔하니까요. 정말로 지긋지긋한 친구예요.”

# 당대 최고의 투수도 두 손 들었다. 타격 기계라는 수식어는 과장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빛난 시즌이 있었다. 1994년이다. 초반부터 엄청난 페이스로 달렸다. 타율이 4할(.400) 아래로 떨어지질 않았다. 올스타전 무렵 잠시 주춤했다. 3할대로 내려앉았다. 그러나 이내 회복했다. 휴스턴 3연전을 13타수 6안타로 마쳤다. 4할 복귀도 머지않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선수 노조와 구단주 그룹 간에 갈등이 계속됐다. 처우 문제 때문이다. 협상은 끝내 파국을 맞았다. 노조는 파업을 선언했다. 1994년 시즌은 그걸로 끝이었다. 예정보다 2개월 가량 이른 8월 11일의 일이다. MLB 역사에 오점을 남긴 단축 시즌이었다.

# 그리고 20년이 지났다. 2014년 6월의 일이다. 펫코 파크에서 추모식이 열렸다. 주인공은 거기서만 20년을 뛴 원클럽 맨이다. 허샤이저도 절망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 토니 그윈이다.

겨우 51세였다. 침샘에 생긴 암 때문이다. 유독 (씹는) 담배를 즐긴 탓이라는 수군거림도 들렸다. 몇 차례 재발을 겪으며, 결국 마지막을 맞았다. 3만 명이 ‘미스터 파드레’와의 이별을 슬퍼했다. 그의 백넘버(19번)는 영구 결번으로 남겨졌다. 펫코 파크 주변 길에는 ‘토니 그윈 드라이브’라는 이름이 붙었다. 15번 프리웨이 남단 3마일 구간은 ‘토니 그윈 메모리얼 프리웨이’로 명명됐다.

# 마지막 힘겨운 투병 생활 때다. 맥주회사 에일 스미스는 ‘미스터 파드레’가 가장 좋아하는 맛을 찾아냈다. 개발에 성공한 뒤 붙인 이름이 ‘Pale Ale .394’다. 뒤에 붙은 숫자 .394는 1994년 그의 타율이다. 꿈의 기록 4할(.400)에 육박한 위대한 도전을 기리는 숫자다. 정상적인 시즌이라면 성공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파업이라는 돌발 변수 탓이다.

요즘도 그런 세상이다. 낯선 일상은 생활이 됐다.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들 투성이다. 모든 게 갑작스럽고, 뜻밖이다.

하지만 아무리 큰 혼란도 흔들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누군가의 위대함이다. MLB는 다음 주말 또 한번의 단축 시즌을 시작한다.


백종인 /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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