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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오늘, 허락된 것들에 감사하자

1958년 스트레스 연구로 노벨 의학상을 받은 한스 셀리에 박사가 하버드 대학에서 고별 강연을 했을 때다. 마지막 강연이 끝나고 기립박수를 받으며 강단을 내려가는 데 한 학생이 길을 막으며 물었다 “우리가 스트레스 홍수 시대를 살아가는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단 한 가지만 이야기해달라” 그는 딱 한 마디를 남겼다. “Appreciation(감사).”

감사의 효능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다. ‘감사의 과학’의 저자이자 UC데이비스 심리학 교수인 로버트 에몬스는 "감사는 스트레스 완화제와 같아서 분노나 화, 후회 등과 같은 감정들을 덜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12~80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그룹에는 감사 일기를 매일 또는 매주 쓰도록 하고, 또 다른 그룹에는 아무 사건이나 적도록 하는 실험을 했다. 한 달 후, 감사 일기를 쓴 그룹의 4분의 3에서 높은 행복지수를 보였다. 수면이나 일, 운동 등에서 더 좋은 성과를 냈다.

심리학자들은 감사하면 뇌 좌측의 전전두피질을 활성화해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기쁨을 느끼게 한다고 설명했다. 하버드대학 탈벤 샤하르 긍정심리학 교수는 “암을 치료하고 통증을 해소하는 호르몬 ‘엔도르핀’의 4000배 효과가 있는 ‘다이돌핀’은 감사하거나 기쁠 때 분비된다”고 말했다.

지난주 더운 날씨에 마스크 속 헉헉대며 걸은 탓에 머리가 띵했다. 집 근처에 다다랐을 쯤 마스크를 벗어젖히고 한껏 숨을 들이켰다. 코끝에 진한 풀향의 여름 향기가 맴돌았다. 숨을 한 번 더 크게 들이쉬었다. 문득 ‘자유롭게 숨을 내쉴 수 있는 것에 감사했던 적이 있었던가’ 돌이켜봤다.



4개월 넘게 지루한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어느덧 우리의 소망은 ‘평범한 일상’의 회복이 됐다.

북적거리는 거리를 걷는 것, 주말이면 어디로 떠날지 고민하는 것, 염려 없이 무언가를 만질 수 있는 것, 사랑하는 이들의 표정을 보는 것. 코로나가 휩쓴 지금, 그간 일상 앞에 ‘평범한’을 붙일 수 있던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평범한 일상’을 잃어버린 결과는 컸다. 국립보건통계센터(NCHS) 조사에서 전국 3명 중 1명이 코로나19로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보이는 일명 ‘코로나 블루’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일 업데이트되는 코로나19 현황, 사회적 고립과 단절, 감염 의심 등이 사람들에게 희망을 빼앗고 염려의 늪에 빠지게 한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은 매일같이 업데이트 되는 ‘할 수 없는 것’에 초점을 두고 낙담한다. 우리의 일상에 여전히 남아있는 ‘할 수 있는 것'은 돌아보지 않는다. 그마저도 통제됐을 때 또 다시 뒤를 돌아보며 “그땐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할 수 없다”며 낙담한다. 결국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만족하지 않으면 전염병 속에서 남는 건 불안과 낙담뿐이다.

코로나19가 다시 급격한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결국 2차 셧다운까지 내려졌다. 정부는 또 한 번 통제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분명한 것은 어떠한 전염병도 결국은 지나간다. 물론 바이러스에 대해 다 안다는 오만과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며 저지르는 어리석은 행동들은 금기다. 하지만 매일 두려움 속에 사로잡혀 소중한 하루의 감사를 잃는 것이야말로 모든 것을 잃는 지름길이다.

오늘, 지금 허락된 것들에 감사하자.


장수아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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