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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거리에 버려진 음식

서효원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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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20/07/17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20/07/16 18:28

82세의 나는 운전을 접은 지가 오래됐다. 따라서 걸어다닌다. 운전할 때와 걸어다닐 때의 눈에 보이는 것은 많이 다르다. 주마간산이라는 말이 있다. 차를 타고 다니면 주변의 상황을 대충 보게 된다. 그러나 걸어다니면 많은 것을 세심하게 볼 수가 있다. 그중의 하나가 ‘음식’이다.

요즘 거리를 걸으면 버려진 음식을 자주 본다. 미국은 부자 나라다. 그러나 나는 예전에는 음식이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지금은 음식이 길거리에서 썩을 정도로 버려져 있다. 어떻게 된 것인가.

코로나19로 음식을 무료로 공급받는 사람들이, 음식이 너무 많아 길거리에 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음식은 어디서 오는 걸까.

내가 어릴 적 집은 농사를 지었다. 농사 짓는 어려움을 알기 때문에 지금도 쌀 한 톨도 소중하게 여긴다. 나는 오이를 먹을 때 껍질째 먹는다. 그러나 내 딸은 오이 속살이 허옇게 보일 정도로 껍질을 깎아낸다.

지금 미국에서 길가에 버려지는 음식은 코로나 때문이다. LA는 현재 초중고등학교가 문을 닫고 있다. 미국 학교는 점심을 제공한다. 그런데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으니 학생들에게 제공해야 할 음식이 갈 곳이 없다. 따라서 이런 음식을 많은 사람들에게 떠맡기듯 주고 있다. 받은 사람들은 남은 음식을 버릴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은 큰 나라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로 세계 인구가 먹고 살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농부는 농사를 지어 돈을 번다. 그런 농부에게 음식이 넘쳐난다고 농사를 짓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 음식이 버려진다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인간의 재앙은 부족함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니라 넘쳐남 때문에 오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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