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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대통령의 거짓말

[LA중앙일보] 발행 2020/07/17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20/07/16 18:29

하루 동안 사람은 몇 번이나 거짓말을 할까. 연구마다 다르고 차이도 크다. 오래전 USC가 소형 마이크를 신체에 부착해 실시한 거짓말 조사에서 200번으로 나왔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 연구에서는 평균 2.19번으로 조사됐다. 미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거짓말 횟수를 묻는 설문조사에서는 1.65번으로 나왔다.

거짓말의 정의를 어떻게 규정하는가에 따라 결과는 다르다. 하나에 하나를 더했을 때 둘이 아닌 다른 수로 답하면 명백한 거짓말이다. 하지만 특정 사물을 ‘아름답다’라고 표현한 경우는 주관적 감정이 개입해 진위를 확정하기 어렵다.

지난 13일 워싱턴포스트(WP)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2만55회의 거짓말과 잘못된 주장을 했다고 보도했다. 취임 후 3년 6개월 기간을 감안하면 하루 16번에 해당하는 수치다.

WP는 거짓말 빈도수가 점점 늘어난 것도 지적했다. 취임 후 1만 회를 넘는데 827일이 걸렸지만 1만 회에서 2만 회가 되기까지는 불과 440일이 걸렸다. 1만 회를 기준해 이전은 하루 평균 12건, 이후는 두 배 가까운 23건이다.

워싱턴포스트 팩트체크팀은 주관적 판단이 작용하는 사안에 대해 진위 판단을 한 것이 아니라 명백히 ‘팩트’와 다른 거짓말을 가려냈다고 한다.

거짓말에도 ‘종류’가 있다. 남을 속이려는 거짓말이 있는가 하면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한 거짓말도 있다. 또한 선의의 거짓말도 있다.

거짓말의 ‘무게’도 차이가 있다. 거짓말이 초래하는 상황이나 피해는 사소한 것부터 치명적인 해를 가져오는 것까지 다양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짓말은 어떤 거짓말일까. ‘종류’는 한 가지로 단정하기 어렵지만 ‘무게’는 미국의 정책을 변화시킬 만한 파급효과가 있다. 그의 말 한마디가 바로 법이 될 수 있을 정도로 막중하다. 그런 만큼 그의 ‘말’은 신중했어야 했다.

정치인들의 거짓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플라톤은 진실을 말할 때 백성들이 받을 충격을 고려해 ‘고상한 거짓말’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키아벨리도 정치가들에게는 부도덕한 거짓말이 허용되고 때로는 덕목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플라톤의 거짓말은 당시 피지배층의 다수를 차지했던 우매한 이민족을 배려한 것이다. 마키아벨리의 거짓말도 주변 국가의 위협 속에서 강력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비도덕적 행위도 허용된다는 함의였다. 지금의 미국은 국민이 우매하지도 않고 미국을 위협하는 국가도 없다.

정치인은 거짓말로 순간의 위기는 넘길 수 있지만 결국은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 WP 팩트체크팀의 분석이 정확했다면 미국인은 하루 16번 트럼프 대통령의 거짓말을 들으며 산다. 대통령의 거짓말을 한 두번 들을 때는 충격으로 느끼지만 거짓말이 일상이 되면 무감각해진다. 트럼프 대통령 말의 진위를 따지는 것조차 의미가 없다는 정치평론가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짓말은 의도적인 것일까, 몰이해에 따른 단순한 실수일까. 아니면 거짓말을 철석같이 진실로 믿고 있는 것일까.

프랑스 정치인 샤를 드골은 “정치가는 거짓말을 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자신을 믿으면 당황해 한다”라고 했다. 지금 트럼프는 자신의 거짓말을 믿는 국민을 보며 당황해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면 이는 더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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