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말]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

‘나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재능이 없어’라는 말은 참 슬픈 표현입니다.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실제로 수많은 사람이 자신에게 특별한 재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그 생각도 맞아 보입니다. 재능이라고 하면 특별하다는 말이 먼저 생각날 정도로 뭔가 특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자신의 재능을 썩히고 있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기에 답답하다는 겁니다.

재능(才能)이라는 말을 할 때 제일 많이 인용되는 표현은 아마도 ‘달란트’일 겁니다.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달란트는 당시 화폐의 단위였습니다. 주인에게서 받은 자신의 달란트를 잘 발전시킨 사람과 받은 달란트가 적다고 그냥 땅에 묻어놓은 사람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비유를 통해서 자신이 가진 작은 재능이라도 소중히 하라는 교훈을 줍니다. 그런데 성경에 관한 연구들을 보면 당시의 1달란트도 현재로 따지면 매우 큰돈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인간에게는 작은 재능이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어떠한 재능을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재능을 가진 사람을 하늘에서 부여한 재능을 가졌다 하여 천재(天才)라고 합니다. 수재(秀才)도 만만치 않은 재능을 가진 사람이죠. 하지만 우리에게는 우리가 알고 있는 재능도 있지만 모르고 있거나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재능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말을 잘하는 재능이 최고인 줄 알지만 의외로 말을 잘 들어주는 재능이 귀하기도 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말을 잘 들어주는 재능이 오히려 귀하게 쓰이는 곳이 많습니다. 말을 잘하는 재능이 없더라도 실망할 일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말을 잘 들어주는 재능은 노력하면 잘 발전시킬 수 있기도 합니다.

특별한 재능이 좋아 보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특출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뒤처진 사람을 이해 못 하기도 합니다. 남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남보다 부족한 능력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가장 모자란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남들이 보기에는 재능이 없는 사람이지만 그래서 어려운 처지의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면 감사한 일이기도 합니다. 아픈 사람이 아픈 사람을 이해하고, 가난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을 슬퍼합니다.

나에게 있는 줄 모르는 재능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요리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자신이 요리에 재능이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요리에 재능이 없는 사람이지만 맛보기에는 재능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소믈리에(Sommelier)처럼 맛보기에 달인도 있습니다. 감별(鑑別)의 능력도 엄청난 능력입니다. 그 외에도 ‘맛집’을 찾아서 소개하는 것에 능력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맛집을 많이 알고 있는 친구가 있으면 든든합니다. 맛집을 소개하는 글을 잘 쓰는 재능도 있습니다. 꼭 요리만 능력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요리와 관련된 능력도 생각보다 훨씬 다양합니다.

모든 곳에는 그에 맞는 재능이 발휘되기도 합니다. 보통 때는 재능처럼 보이지 않았던 일이 재능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은 쓸 수 없는 재능이 나중에 귀하게 쓰이기도 합니다. 땅을 파는 능력이 평소에는 별 능력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야영을 가거나 집을 지을 일이 생기면 중요한 능력이 됩니다. 못을 박는 것도, 풀을 뽑는 것도, 설거지하는 것도 모두 능력입니다. 그래서 어떤 때는 의미 없는 일을 하는 것처럼 보여도 살면서 필요한 능력을 배우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의미 없는 일은 없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잘 살펴보면 자신만의 특별한 능력을 찾을 수 있습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