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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인종차별 청산인가, 역사 지우기인가

김택규 / 국제타임스 편집위원
김택규 / 국제타임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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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20/07/21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20/07/20 19:15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촉발된 BLM(흑인 생명도 귀하다) 운동이 지금은 인종차별 청산이란 이유로 특정인 이름의 건물과 거리 명칭 퇴출로 이어지고 있다. 동상 철거를 넘어 역사적 유물까지 없애려는 운동으로 비화하고 있다.

LA 시의회에는 인종차별적 언행을 한 인물들의 이름으로 붙여진 건물이나 도로 명을 전면 교체하는 조례안이 상정돼 있다. ‘우드로 윌슨 드라이브’ 명칭이 먼저 변경될 것 같다. 뉴저지에 있는 프린스턴 대학교도 교내 ‘우드로 윌슨 홀’ 건물 명칭을 지워버렸다.

오렌지카운티의 ‘존 웨인’ 공항도 개명뿐 아니라 동상이 철거 위기에 처해 있다. 워싱턴DC 링컨 대통령 동상도 페인트 낙서 칠을 당했다. 동상 철거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러시모어 국립공원의 4명 대통령 조각상도 파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새크라멘토 등 각 도시에 세워져 있던 신대륙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동상은 거의 철거당했다, 세인트폴시에서는 시위대들이 주 의사당 앞에 있는 동상을 쓰러뜨려 목에 밧줄을 매어 끌고 다니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는 그 주위에서 춤을 추기도 했다. 주위에 있던 경찰은 그저 손 놓고 보고만 있었다.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Confederacy)’의 로버트 리 장군 동상 및 기념물도 철거되고 있다. 이 모든 대상자들에게 붙여진 죄명은 인종차별주의자, 인디언 원주민 탄압자, 식민주의자, 남부연합 연루자 등이다.

전국에서 행해지는 동상 및 역사물 철거 행태가 과연 올바른 것이며 또 바람직한 것인가. 그것이 인종차별 척결 명목이라고 해도, 이는 역사 파괴적 행위다. 역사적으로 왜 그 동상이 세워져 있는지에 대한 의미와 교훈을 동상들은 말해주고 있다. 동상 파괴는 역사적 의미를 지우는 일이다.

역사적 인물을 평가할 때는 ‘과’만 크게 보지 말고 ‘공’도 볼 줄 알아야 한다. 만일 ‘공’이 더 크고 위대하다면 그는 역사적으로 칭송받아야 한다. 조지 워싱턴의 경우, 인디언 부족 멸절 명령도 내렸고 흑인노예도 보유했었다. 이렇듯 비판받아야 할 사안도 있지만 그의 ‘공’이 크기 때문에 ‘국부’로 추앙하는 것 아닌가.

역사적 인물을 평가할 때 간과해서는 안 될 주요 사안이 있다. 그것은 그가 살던 시대적 상황을 ‘현대적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존 웨인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난하지만 그 시대에 살던 백인 중 백인우월 의식을 안 가졌던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시 정부 건물 및 의사당이 있는 상원광장(Senate Square) 한복판에는 과거 핀란드를 식민통치했던 제정 러시아의 12대 황제 알렉산더 2세의 거대한 동상이 세워져 있다.

핀란드 독립 후 동상을 철거해야 된다는 논란이 있었으나 동상은 파괴되지 않고 지금까지 보존돼 있다. 왜냐면 그것은 바로 그들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과거 러시아의 식민지가 되어 탄압을 받은 것에 대한 역사적 교훈을 후세들에게 남기기 위해서다.

지금 ‘역사 지우기’를 하고 있는 미국인들은 핀란드에 가서 교훈을 배우기 바란다. 역사가 아널드 토인비는 이런 말을 남겼다. “가장 큰 비극은 지나간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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