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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유년기로 돌아가는 노년기, 학이시습지가 으뜸

황세희 / 국립중앙의료원 건강증진예방센터장
황세희 / 국립중앙의료원 건강증진예방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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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20/07/23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20/07/22 18:15

자기 중심적으로 변해 외톨이 돼
남 배려하고 자신 언행 돌아봐야

한 살이라도 어릴 때부터 취미 찾아
나 홀로 즐길 수 있는 능력 키워야

100세 시대의 진정한 노후 대책은 무엇일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2050년 한국 인구 피라미드’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사회 대한민국은 10년 후면 인류 최초로 여성의 기대 수명이 90세를 넘긴다고 한다.

남성도 세계 최고(84세)인 초장수국가가 된다. 기대 수명 90세 사회란 ‘90대 성인’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초저출산율까지 겹쳐 30년 후면 90세 노인이 20세 청년보다 많을 전망이다.

인류 최초, 세계최고란 단어에서 보듯 길어진 노년기에 대한 이상적인 선진 모델은 없다. 청년을 위한 나라, 중년을 위한 나라가 없듯 노인을 위한 나라도 유토피아로 존재한다. 바람직한 노후 설계는 개개인의 몫이다.

돈, 노후 건강과 직결되지 않아

안타깝게도 바쁜 중년기를 지나다 보면 대부분은 ‘어쩌다 노인’이 된다. 그리고 생활 방식은 이전 그대로를 유지하며 산다. 대부분 ‘노후에는 돈이 효자’라며 큰 부자, 작은 부자, 중산층 가릴 것 없이 노년기에도 재테크에 집착하면서 몸에 좋다는 건강식품과 운동법을 찾는 데 열과 성을 기울인다. 물론 소득 하위 20%가 소득 상위 20%보다 기대 수명 6년, 건강 수명 11년이 더 짧다는 보건사회연구원의 발표처럼 빈곤과 질병은 서로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면서 행복한 노후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작동한다. 큰 부자가 중산층보다 무병장수하는 것도 아니며, 미슐랭급 식당만 다닌다고 구내식당 애용자보다 건강 수명을 늘릴 수도 없다. 노후 건강에 필요한 체력 역시 촌로가 정상급 운동선수보다 못할 이유가 딱히 없다.

의학적으로 한국인에게 권장되는 건강 식습관은 매끼 밥·국·반찬 세 가지 정도의 전통 한식을 배고프지 않을 정도로 소박하게 섭취하는 것이다. 또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1주일분 건강 운동량도 조금 숨이 차고 땀이 나는 강도는 150분, 격렬한 운동을 하면 75분 정도다. 시간과 강도가 같다면 최고급 스포츠센터에서 하건 뒷산을 오르건 운동 효과는 같다.

실제 장수촌은 부촌이 아니라 신체 활동을 많이 해야 하는 바닷가나 구릉 지대에 많다.

이처럼 논리적으로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된 사람은 양질의 노후를 위해 재테크와 건강 관리에 에너지를 집중시킬 필요가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좋은 집, 넉넉한 통장 잔고, 안정된 연금 수령까지 보장된 고학력자 A씨(60)도 고수익 투자처를 찾고, 강남 건물주 B씨(80)도 증권사 전광판을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배부른 사자는 눈앞의 노루를 사냥하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그러니 필요 이상의 재물을 끊임없이 쌓으려는 갈망은 생존 본능도 아니며 합리적 판단의 결과도 아니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인간이 돈(物神)에 집착하는 이유는 죽음에 대한 원초적 공포와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한 가장 현실적 대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일단 물신이 되면 돈은 일상을 풍요롭게 해주는 수단을 넘어 인생의 목표로 변한다.

예컨대 1억원을 목표로 설정하는 순간, 1억원을 모을 때까지는 죽음이 찾아오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일단 목표를 달성하면 또다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죽음의 공포를 떨쳐버리려는 노력을 지속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의식 세계에서는 자신의 행동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인지하지 못한다.

사실 바람직한 노후를 살아갈 ‘준비된 노인’은 적절한 돈과 신체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성숙함과 사회적 기능이 조화를 이루는 사람이다.

노년기 정신적 변화는 ‘제2의 유년기’로 불릴 만큼 자기중심적이면서 동시에 남에게 의존적으로 변하는 특징을 보인다. 어린애처럼 인정하기 싫은 현실을 부정하고 매사를 남 탓으로 돌려 대인관계도 어렵고 사회적 고립도 흔하다. 이런 정신적 퇴행을 극복하려면 젊을 때부터 타인을 배려하고 자신의 언행을 돌아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 항상 미숙한 언행을 일삼던 사람이 은퇴 후 작심한다고 성숙한 노인으로 변모할 수는 없다. 근육량이 줄어드는 노년기에도 일상생활을 활발하게 하려면 젊을 때부터 근력을 많이 키워둬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성숙한 성인은 혼자 있어도 불안과 고독을 호소하기보다는 독서, 음악 감상, 영화 관람, 취미 활동 등을 통해 만족스러운 시간을 갖는다. 20세건, 90세건 마찬가지다. 평생 책을 멀리하던 사람이 노년기에 시간이 많아졌다고 갑자기 독서를 좋아하기는 어렵다. 음악 감상도, 미술 관람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한 살이라도 젊을 때부터 내게 맞는 취미를 찾아 ‘나 홀로’ 즐길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배우고 익히면 즐겁다(學而時習之, 不亦說乎)’는 공자님 조언을 실천하는 일이야말로 훌륭한 노후 대비책인 셈이다.

젊을 때부터 정신적 퇴행 대비

90세에도 가족이나 이웃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려면 현직에 있을 때부터 자신의 성격적 특징과 장단점을 파악해 대인 관계를 해치는 요인을 절제하고 부족한 요소를 첨가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회심리학자 레이처(Reicher)는 노년기 성격을 ▶성숙형 ▶은둔형 ▶무장형 ▶분노형 ▶자학형 등 5가지로 분류한 바 있다. 과연 나의 성격은 어떤 유형이며 나 자신은 스스로 얼마나 만족하는가. 또 닮고 싶은 성격에 가까워지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 사랑스러운 90세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매일 짧은 시간이라도 자신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위한 자아 성찰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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