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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In] 똑.개.비.가 찾아갑니다

‘?’

편지에는 물음표만 적혔다. 그 사연은 역사상 가장 내용이 짧은 편지로 종종 되새김질 된다.

편지는 1862년 빅토르 위고가 썼다. 엄밀히 말하면 편지가 아니라 전보였다. 레미제라블이 출판됐을 때 그는 휴가를 떠나온 참이었다.

무척이나 궁금했을 터다.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 반응은 어떤지 등등 수많은 질문을 그는 물음표 하나에 담아 출판업자에게 전보로 보냈다.



그가 물음표만 적어 보낸 이유는 정확하지 않다. 다만 초조함의 정도는 알 수 있다. 레 미제라블의 집필 기간은 16년이었다. 그는 책을 탈고한 뒤 “이제는 죽어도 좋다”고 했을 정도로 작품에 애착이 컸다.

재미있는 건 위고의 물음표만큼이나 재치있는 출판업자의 답장이다. 역시 문장 부호 하나로 대신했다. ‘!’ 느낌표였다. 위고의 전보가 도착했을 때 이미 레 미제라블 초판은 다 팔린 상태였다고 한다.

비록 느낌표 하나에 불과하지만 답장을 받았을 때 위고가 느낀 희열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위고처럼 재치있는 편지를 쓰고 싶었다. 받는 이는 한인들이다. 편지 내용은 뉴스다. 이메일로 매주 2차례 발송하는 ‘뉴스레터’를 시작한다.

산고는 예상보다 길었다. 기자를 포함해 40대 중반 아저씨 3명이 한 달 넘게 머리를 맞댔다. 톡톡 튀는 20대들의 아이디어가 필요한 마당에 노산의 진통은 오래갔다.

먼저 편지의 이름이 필요했다. 귀에 쏙 들어오는 단어를 찾기 어려웠다. 착안은 우연에서 나왔다. 한국 중견기업의 미주지역 지사장 역할을 하는 분이 한국 본사 대표에게 매일 수시로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던 중이었다.

‘이분 참 똑똑한 개인비서시네’하고 혼잣말을 하다 똑.개.비. 세 글자가 나왔다. 도깨비와 비슷한 어감에 기억하기도 쉬웠다. 다소 유치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한인들의 똑똑한 개인비서가 되겠다’는 각오가 담겨있다.

똑개비는 중앙일보를 모체로 하지만 사실상 독립된 별도의 매체처럼 만들려고 한다. 그 첫걸음은 반성에서 출발한다. 기존 매체에 피로감을 느낀 독자들을 위한 뉴스 핵심 정리다. 꼭 알아야 할 소식만 쉽게 설명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기자로 익숙했던 습관들을 다 버려야 했다. 20년간 습관적으로 작성했던 딱딱하고 가르치는 듯한 기사체부터 바꿨다. 편지처럼 친구나 연인과 대화하듯 썼다.

분량은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 정리한다. “바빠서 기사 볼 시간이 없다. 그런데 중요한 뉴스만큼은 알고 싶다”는 독자들을 위해서다. 동료, 친구들과 대화에서 ‘뭘 좀 아는’ 지식인이 될 수 있도록 돕는다.

내용은 기자가 궁금한 것이 아니라 보는 이들이 궁금한 것들에만 병적일 만큼 집착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지금 LA한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가 ‘과연 2차 락다운이 될까’다. 또, 된다면 언제, 대상은 어떤 매장들이 될지 알고 싶어들 한다. 그런데 정작 기존 매체들에서는 이런 기사를 찾아보긴 어렵다.

민감한 정치 문제를 다룰 때는 철저하게 한인 입장에서 쓰려한다. 그래서 똑개비의 당적은 공화당도 민주당도 아닌 ‘미주한인당’이다.

코너들도 마련했다. 뉴스를 맛있게 요리해 전달하는 ‘시사셰프’, 미국의 한인 유튜버들을 소개하는 ‘꿈튜버’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 뉴스레터를 받아보고 싶다면 이메일(koohyun@koreadaily.com)로 수신 요청을 하면 된다.

1호 뉴스레터는 이미 초안을 작성했다. 이 칼럼처럼 똑개비를 소개하는 예고편으로 만들었다. 한달여 준비과정을 거쳐 첫편을 쓰고 나니 초조함만 남는다. 만든 사람 입장에서는 머릿속에 수만 개의 물음표가 맴돌 수밖에 없다.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똑개비의 성공은 전적으로 한인들에게 달렸다. 똑개비를 읽은 이들의 머릿속에 부디 떠오르기를 바라고 바라는 바는 문장부호 하나다.

‘!’


정구현 선임기자 chung.koohy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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