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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정치에 갇히면 안될 '성인지 감수성'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된 ‘한 마디’를 절대 우습게 보면 안된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

고 박원순 서울시장.

특히 미국에서는 이를 엄중히 다룬다. 몇 가지 예가 있다.

3년 전 중가주 머시드 카운티 지역에서 한인이 운영하는 화훼농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직원 미팅에서 매니저가 여성 직원들에게 “임신을 하지 말라”고 발언했다가 임신차별금지법(PDA)에 저촉, 11만 달러의 합의금을 낸 적이 있다. <본지 2017년 11월8일자 a-1면>



한인 특유의 ‘정(情)’ 문화에서는 다소 야박하게 느껴지는가. 미국에서는 직장 내 성 관련 발언을 매우 민감하게 여긴다.

베터웍스(Betterworks)는 한때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주목받던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회사였다. 이 회사 대표는 야유회에서 술에 취해 한인 여직원의 다리를 만졌다가 100만 달러를 배상했다. 이 일이 세간에 알려지자 대표는 사임했고, 투자 유치 계획이 줄줄이 취소되는 등 회사 차원에서도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본지 2018년 3월2일자 a-3면>

직장 내 각종 불법 행위를 수사하는 연방평등고용위원회(EEOC), 가주공정고용주택국(DFEH)이 규정한 성추행의 정의는 넓다. 육체적 또는 물리적 접촉은 물론이고 구두 발언, 성적인 농담, 신체 부위 언급 등을 포함한다. 심지어 ‘눈빛’도 해당한다. 수사에 있어 유무죄 판단은 전적으로 피해자가 느낀 성적 수치심이 기준이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여비서 성추행 의혹이 논란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박 전 시장에 대한 논란은 미주 한인사회에도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이슈에 경종을 울린다. <본지 7월23일자 a-1면> 이곳엔 한인 회사, 한국 정부 기관, 한국 기업 지상사 등이 많다. 자칫 ‘한국식’으로 생각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노동법 관련 변호사들은 매번 강조한다. 농담조라도 “치마가 짧네” “향수 냄새 좋은데” “오늘 예뻐 보인다” “화장이 야해” 등의 말 한마디는 자칫 성희롱 시비로 이어질 수 있다.

박 전 시장을 둘러싼 논란을 각자 정치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건 자유다. 다만, 제기된 혐의 만큼은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특히나 가주 실정법에 비추어 보면 더욱 그렇다.

워낙 논란이 심해 시시비비를 위한 진상규명은 필요해 보인다. 대신 이번 논란이 정치적 논쟁에만 갇혀선 안 된다. 미주 한인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다. 법과 상식의 관점으로 말이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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