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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코로나19와 트로트 열풍

요즘 한국은 그야말로 트로트 열풍이란다. 몇 년 전부터 복고 바람을 타고 트로트가 조금씩 각광을 받기 시작하더니 이젠 TV 채널 어디를 돌려도 트로트가 흘러나오며 음악계의 판도마저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한 종편사의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은 작년 여자들 편에 이어 올해 남자들을 대상으로 2탄을 했다. 종편 사상 최고 시청률 기록을 갱신하더니 끝난 지 몇 달이 지나도록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콘서트나 행사가 다 취소된 상황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대중들의 안방을 파고 든 전략은 주효한 듯하다. 오디션 출신 트로트 스타들은 여러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 시청률 보증수표로 인정받으며 단골로 출연하고, 톱스타들이나 찍는다는 커피와 화장품 같은 광고 촬영에 여념이 없을 정도라니 참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그동안 트로트 가요는 사실 고루하고 촌티나는 음악으로 치부돼 온 것이 사실이다. 거의 40년도 더 지난 70년대 중 후반 내 학창 시절에도 트로트는 시골 출신인 나같은 사람들이나 좋아하는 노래였다. 보통은 당시 유행하는 미국이나 영국 팝송을 부르고 듣는 것이 좀 세련돼 보이기도 하거니와 일반적인 풍조였다.

나는 시골에서 나고 자라서인지 몰라도 일명 뽕짝이라고도 불리는 트로트와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다. 전쟁의 포화가 끝난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시절이라 그랬겠지만 라디오나 사람들의 입에서는 ‘이별의 부산 정거장’이나 ‘굳세어라 금순아’ '단장의 미아리 고개’ 같은 전쟁 당시의 애환을 소재로 한 트로트가 많이 불리워져 내 귀에도 익숙해져 갔다.



사실 트로트는 우리 민족과 잘 어울리는 한(恨)과 슬픔이 서려있는 문화다. 거의 모든 트로트는 애절하고 눈물겹다. 경제발전에 박차를 가하던 개발 독재 시절에는 많은 노래들이 ‘왜색(일본색)’이 짙다거나 근로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방송금지 처분을 당하기도 했다. 그런다고 민족의 저변에 자리하고 있는 트로트가 쉽사리 없어질리야 있겠는가. 시대가 변하며 대중들의 취향도 바뀌어 1980년대 발라드 열풍이 불며 설자리를 내주고 90년대에는 ‘서태지와 아이들’로 대변되는 댄스가수들에게 완전히 밀려나고 만다. 아이돌 그룹이나 걸 그룹이 대세가 되는 2000년대 이후에는 노년층이나 보는 프로그램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던 트로트계에 ‘어머나’ ‘샤방 샤방’ ‘무조건’ ‘땡벌’ 같은 새로운 트로트 바람이 불며 화려한 부활을 알린다.

외국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트로트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이민생활이 길어지며 나이가 들어 고향 생각이 간절해지고 부모님 생각이 날 때 ‘꿈에 본 내 고향’이나 ‘불효자는 웁니다’ 같은 절절한 노래 한 곡은 그야말로 힐링이 된다. 팝송으로는 채우지 못하는 마음속 텅 빈 허기를 채워준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사태로 아직도 집에서 보내야 할 시간은 더 길어질 것만 같다.

차분하고 애절한 트로트라도 들으며 이 엄혹한 시절이 어서 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려 보자.


송 훈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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