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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잊힌 전쟁’에서 ‘잊힌 승리’로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수석부회장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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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20/07/27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20/07/26 13:18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유엔군 총사령관 마크 W 클라크 대장과 북한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일성 그리고 중공인민지원군 사령원 펑더화이는 한반도에서 발생한 유혈 충돌을 정지시키는 협정에 공동으로 합의한 후 서명을 했다. 이로 인해 치열했던 6.25한국전쟁은 3년 1개월만에 끝나고 총성은 멎었다.

국토통일의 꿈은 한으로 남긴 채 전쟁은 정지됐고, 67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기까지 휴전 상태에 들어가 있다. 한반도의 남과 북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 됐고 세계 최장의 휴전 기간이 하루하루 늘어가고 있다.

휴전 후 대한민국은 폐허 속에서 다시 일어났고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뤘다. 한강의 기적을 세계가 경이로운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다.

그후 6·25전쟁에 대한 평가도 달라졌다. 대한민국을 도왔던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7월 27일 정전협정일을 ‘6·25전쟁 참전용사 정전기념일’로 정하고, 이날 성조기를 조기로 게양하도록 명했다.

연방 의회도 2013년 정전 60주년 기념식을 하고 “미국은 대한민국을 공산주의로부터 지켰고, 한국은 민주주의와 경제번영을 일궜다”며 전쟁 승리와 혁혁한 전공을 명예롭게 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사회도 6·25전쟁을 ‘잊힌 전쟁’ 대신 ‘명예로운 전쟁(Honored War)’ 나아가 ‘잊힌 승리(Forgotten Victory)’로 재평가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평가를 하게 된 것은 유엔이 참전한 국제전쟁이라는 의미에 무게를 두고, 전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바탕으로 한 굳건한 한미동맹의 뒷받침 속에서 대한민국이 급격한 국력 신장을 이뤘기 때문이다.

LA 서북쪽 약 60마일 되는 126번 하이웨이를 지나다 보면 샌타폴라 지역에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 고속도로(Korean War Veterans Memorial Highway)’라는 녹색 표지판을 볼 수 있다. 샌타폴라는 인구 2만 명의 작은 소도시다. 오렌지 밭에서 일하던 젊은 청년들이 어느 날 징집돼 낯설고 물설은 나라를 지원하기 위해 참전해 숨졌다. 이들 27명의 젊은 넋을 기리는 표지판이다.

해마다 이날이 오면 그때 함께 싸웠던 우리 한국군 참전 노병들도 감사의 표시로 이곳 추모행사에 동참한다.

얼마 전 6·25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이 100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그의 삶은 대한민국 자유·평화·번영의 역사 그 자체다. 백 장군은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의 존망이 기로에 섰던 낙동강 최후 방어선을 기적적으로 막아 낸 전사에 빛나는 탁월한 지휘관이었다. 그런 호국 영웅의 마지막 길을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은 끝내 외면했다.

대신 그 빈자리는 함께 피 흘린 동맹국 미국이 채웠다. 미국의 백악관, 국무부도 성명을 통해 백 장군 별세를 애도했고, 역대 한·미 연합사령관들은 최고의 존경과 헌사를 장군 영전에 바쳤다. 마땅히 우리 정부가 해야 할 말을 외국이 대신하는 기막힌 현상이다.

지금 한반도의 허리는 가시 철조망으로 남북이 갈라져 있다. 67년째 155마일 휴전선에는 철책을 사이에 두고 쌍방이 총을 겨누고 있다. 총성은 멎었어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는 말이다. 평화란 이름으로 군대를 청년단으로 만들고 종전이란 말로 굴욕적인 평화를 외치는 것은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다. 즉 국가안보에서 평화는 저절로 오는 공짜가 아니라 쟁취하는 것임을 위정자는 알아야 한다.

전후세대들은 선대들이 흘린 피와 땀, 눈물이 만든 오늘의 안녕과 풍요를 누리면서 6.25전쟁의 기억은 아득한 역사 속 전설처럼 알고 있다.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엄연한 현실을 모른다.

전쟁의 상처로 고통을 당한 역사의 ‘쉼표’ 7.27 정전기념일에 지난날 전선에서 싸웠던 노병은 죽은 전우의 무덤 앞에서 울고 싶은 심정이다. ‘잊힌 전쟁’을 잊지 못해 참전 노병들은 마음에 조기를 달고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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