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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먹고 살자는 몸부림에 벌금이라니

[LA중앙일보] 발행 2020/07/27 미주판 3면 입력 2020/07/26 19:49

LA한인타운 지나다 보면 업체마다 붙여 놓은 배너 광고들이 부쩍 많이 눈에 띈다. 대부분 ‘투고·배달 가능’ ‘오픈' ‘패티오 오픈’ 등의 알림성 배너들이다. 마치 아무도 오지 않는 무인도의 ‘SOS’ 같다. 멀어진 손님들에게 보내는 구조 신호 말이다. 절박함이다.

LA시가 무허가 배너에 356달러의 벌금 티켓을 부과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당혹스러웠다. 살겠다는 몸부림에 벌금 고지서를 날려보낸다니.

‘지금 이 상황에 꼭 필요했을까?’ 의문이 앞선다.

물론 규정은 규정이다. 지켜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업주들 대부분이 알지 못했을 만큼 평소 강하게 단속하는 부분이 아니었다. 게다가 많은 비즈니스가 생존을 위해 겨우 버텨내고 있는 시점이다. 굳이 벌금을 매기는 일은 누가 봐도 부적절하다. 주류 언론사가 나서 LA시에 청원을 넣었을 정도다.

한인 업주들 역시 울컥하는 마음이다. 세금은 물론 주차 티켓도 감면해주는 이 마당에 살아보겠다는 구조 신호에 벌금을 부과하는 행정을 이해하기는 힘들다.

배너 제작 업체에 따르면 허가 절차도 간단치 않다. 시에 들어가 최소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한다. 사람이 많을 때는 종일 기다리고도 헛걸음을 쳐야 할 때도 있다. 그나마 요즘같이 대면업무가 제한적일 때는 더 심할 것이다. 전문 업체에 의뢰해 허가를 받으려면 추가비용 300~400달러가 필요하다. 40~50달러 배너 하나 붙이려고 10배 가까운 추가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팬데믹 이전 매상의 반, 아니 10~20%로 겨우 버텨내는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지난 졸업 시즌, 일부 학교에서는 집 앞뜰에 붙일 수 있는 축하 사인판을 제작해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졸업식조차 하지 못한 학생들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 주기 위함이다. 한 업주의 말처럼 티켓이 아니라 배너를 무료로 만들어 줘도 모자랄 판이다.

다행히도 지난 24일 오후, 에릭 가세티 LA시장이 이를 시정했다. 티켓 발부는 물론 이미 발급한 벌금도 면제해주겠다는 발표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다 보이는 시민들의 ‘SOS’ 신호가 시 정부에게만 보이지 않았다면 점검을 해봐야한다. 그리고 소홀했다면 시민 곁으로 다가가야한다. 시와 시민 사이에 사회적 거리는 필요치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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