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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인종혐오 넘어 포용의 사회로

지구상의 생물 분류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단위를 종(Species)이라고 부른다. 문, 강, 목, 과, 속, 종 등의 계보에서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다. 비슷한 부류의 여러 종이 모여 속을 이룬다. 현생 인류가 속하는 사람 ‘속(Hominini)’에는 약 5만 년 전 아시아 지역에 살았던 ‘호모 에렉투스’와 유럽에 살다가 멸종된 ‘호모 네안데르탈랜시스’도 포함된다.

인류는 어느 기간에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장구한 세월에 걸쳐 한 종에서 다른 종으로 나뉘면서 진화해 온 것으로 과학계는 추정한다. 그 중에서도 호모 사피엔스가 자연 생태계에 가장 잘 적응해 살아남은 것으로 보인다. 침팬지와 인간의 DNA 서열은 97% 가량이 일치한다고 한다. 꼬리가 없는 유인원이 속하는 ‘사람 과(Hominidae)’에는 침팬지, 고릴라 등의 포유류도 포함된다.

인류의 진화에 관한 지배적인 견해는 아프리카 기원설이다. 현생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약 2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출현했다. 여러 번의 지구 빙하기에서 살아남아 구석기 시대에서 신석기 시대로 넘어오면서 먹을거리를 찾아 타 지역으로 이주해 농경 사회를 이루었을 것이라는 학설이 대부분 학자의 일치된 주장이다.

비슷하게 생긴 사람끼리 오랜 세월을 한 공동체에서 살다보면 정서적 동질감이 싹튼다.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타 지역 사람은 자연히 이방인으로 구별되고 경계의 대상이 된다. 같은 인종출신 지역 등을 내세워 구별하고 차별을 두려는 배타주의가 있는 판에, 말이 통하지 않고 생활습관이 다른 인종에게서 이질감을 느낄 만도 하겠다. 편견은 혐오를, 혐오는 차별로 이어진다.



유네스코는 1978년 파리에서 열린 제20차 총회에서 ‘인종과 인종적 편견에 관한 선언’을 채택했다. 선언문 제1조 1항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하나의 같은 종에 속하며, 공동의 조상으로부터 내려 왔다고 천명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여러 과학적 증거를 통해서도 뒷받침 되고 있다.

호수에 비친 자신의 미모를 연모하다가 스스로 물에 빠져 죽은 후 수선화로 피어났다는 그리스 신화 속의 미소년 나르시스처럼, 나는 우주의 중심에 있는 특별한 존재라는 착각을 가진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들의 의식 속에 잠재해 있는 편견(우월감)은 전염병이 창궐하는 요즈음에도 세계 도처에서 드러나고 있다. 혐오의 대상은,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나 자신과 구별되는 이방인들이다. 인종혐오자들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는 차별 의식은 불행하게도 법 제정(강제)이라는 제도적 장치만으로는 쉽게 근절되지 않는 특성을 지닌다.

인종 혐오자의 DNA 효소에 즉각적인 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 묘책은 따로 없는 것 같다. 오직 실현 가능한 현실적 방법을 동원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계몽 교육(의식 개혁)을 통한 점진적 개선을 기대할 뿐이다. 개인의 탐욕보다는 인류애, 소모적인 경쟁보다는 협동, 편견과 혐오보다는 포용이 이끄는 미래 사회에 희망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라만섭 / 전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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