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67.0°

2020.09.22(Tue)

[더오래]귀농 강의 하러 교도소 갔더니 의외의 분위기

  • 글꼴 확대하기
  • 글꼴 축소하기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7/31 23:02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75)

‘철컹, 철컹, 철컹’. 문이 열리고 또 닫힌다. 이러기를 몇 번, 건물 안에서만 몇 번 좌로 우로 걷다가 3층으로 올라가니 강의장이 있다. 건물에 들어서기 전에 신분증과 전화기를 맡기고 비표를 받았다. 담배와 라이터도 반입이 안 된다고 한다. 경비와 보안이 삼엄하다. 나를 인솔한 교육 담당자는 말이 없다. 몇 번 본지라 간단한 인사를 하지만 어떻게 지냈느냐고 묻지 않는다. 나도 굳이 묻지 않았다.

교육 시간이 되었다. 귀농·귀촌 강사로 초빙되어 간지라 귀농·귀촌과 농촌의 모습을 담은 파워포인트를 켜놓고 포인트를 들고 강단에 섰다. 교육생들은 모두 제복을 입고 짧은 머리를 하고 자리에 앉아 있다. 서로 눈을 마주치지도 않는다. 무척 경직된 표정으로 앉아 묵묵히 자리에 앉아 있다. 강의 시간 내내 몸을 흩트리지도 않는다. 대체 이곳은 어디일까. 궁금할 것이다.




교도소에서는 재소자 중에서 모범적이라고 판단되는 사람들을 모아 인성 교육을 한다. 우연치 않은 기회에 귀농귀촌 강의를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 몇 년째 자원봉사를 위해 방문하고 있다. [사진 pixabay]






교도소다. 나는 재소자를 상대로 귀농·귀촌 강의를 하러 갔다. 교도소에서는 모범적인 재소자를 인성 교육을 한다. 우연히 않은 기회에 귀농·귀촌에 대해 강의를 해 달라는 요청에 몇 년째 자원봉사 차원에서 방문하는데,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래도 혹시나 그분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강의 요청을 마다하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형기가 얼마 남지 않았을 거라 짐작해 앞으로 얼마 남았냐고 물으니 장기수라고 한다. 출소일은 아직 많이 남았다고 답을 하니 속으로 많이 놀랐다. 나이가 지긋한 사람도 있어서 귀농·귀촌 준비가 될까 싶기도 하고, 아예 그런 희망도 없지 않을까 했지만, 수업 태도만큼은 너무나 좋다. 교육 시간만큼은 감시와 통제가 느슨하기 때문에 자세를 조금 편하게 할 수도 있지만 내내 집중하고 노트에 필기하는 모습은 놀라울 정도이다.

이들에게 귀농·귀촌 과정과 지원 사항, 농촌의 삶은 어떤지 이야기했다. 본인이 당장 실천하지는 못하더라도 가족과 친지 중에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니 잘 들어두었다가 전해주라고 당부했다.

재소자에게 귀농·귀촌을 이야기하는 것이 조금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더구나 장기수에게는 ‘그림의 떡’ 같은 소리일 수 있다. 그렇지만 강의 시간 내내 귀담아듣고 질문 하는 것을 보면 여느 사람과 똑같다. 어쩌면 교육 이수 시간을 채우려고 의무 교육처럼 무심하게 앉아 있는 도시인보다 더 나을 수도 있다. 재소자라고 나중에 사회로 복귀해 귀농·귀촌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게다가 전과자를 꺼리는 사회 풍토에서는 농어촌이야말로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재기의 발판이 되지 않겠는가.




재소자들에게 귀농귀촌을 이야기하는 것이 조금 어울리지 않을수 있다. 더구나 장기수들에게는 그림의 떡과 같은 소리일 수 있다. 그렇지만 강의 시간 내내 귀담아 듣고 질문도 하는 것을 보면 여느 사람과 똑같다. [사진 pxhere]






출소자가 사회로 복귀했을 때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잘 알려지지 않는다. 조사가 이루어졌겠지만, 보통 사람에게는 특별히 관심이 가지 않는 분야다. 그래도 사회로 온전히 복귀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제도나 시스템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아보니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이라는 것이 있다. 출소 이후에 필요한 직업훈련과 취업 알선, 창업 지원, 가족 지원, 주거 지원, 심리 상담 등을 해 주고 있다. 생각보다 오래된 역사를 가진 기관이었다.

다시 강의 시간을 돌이켜보니 강의 내용 중에 치유 농업 부분이 있었던 것이 기억이 났다.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치유 농업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본격적으로 치유농업을 육성하고 있다. 치유 농업을 ‘사회적 농업’이라고 칭하며 치유 활동과 함께 교육, 고용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사회적 농업의 고용이라는 것은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전문적인 농업 분야 교육 훈련을 제공해 고용과 노동시장을 연계하는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 경력단절 여성, 노인, 출소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를 고용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해 준다는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일부 농장에서 장애인을 고용해 그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재활 효과를 거두었다는 보고가 있으나 그것은 농장주의 특별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지 지원하고 보조해주는 정책에 의해서는 아니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교남 어유지 동산’은 장애인이 주축이 되어 움직이는 토마토와 장류를 생산하는 농장이다. 30여명의 장애인이 직접 무농약으로 농사를 지어 시장에 내다 파는데 경영이 녹록지 않다고 한다. 농업이야말로 장애인이 참여하기 좋은 업종이지만 농산물 판매는 일반 농장과 경쟁해야 하므로 쉽지 않다고 한다. 영농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팜을 도입하려고 해도 10억원이 넘어가는 시설비를 감당할 수도 없고, 스마트팜 지원 사업을 신청해도 우선순위에 밀려 떨어졌다고 한다. 아마도 매출이 부족하고 ICT 전문 인력이 없어서 그럴 거라고 짐작을 하지만 안타깝다.

스마트팜이야말로 장애인이 농작업을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시스템이고, 이런 약자를 위해 도입된 첨단 기기이지 않은가. 선정 기준이 어떤지는 자세히 모르겠으나 앞길이 창창한 청년 농이나 매출이 좋은 농장에만 기회를 준다면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가 일반인과 경쟁해 생존할 길이 없다. 그나마 교남 어유지 동산 농장은 사회복지 기관에서 운영하는 농장이라 버티는 것이지, 개인이 했다가는 벌써 도산했을 것이라고 관계자는 말한다.




사회복지에 특별한 활동을 하지는 않으나 남들만큼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조차 우리의 사회적 농업이 치유라는 이름으로 그저 한적한 농촌에 가서 힐링하고 오라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음이 안타깝다. [사진 pxhere]






출소자를 일부러 고용하는 농장은 못 들어 봤다. 출소자 고용에 대해 인센티브를 준다는 정책이 없으니 말이다. 일본에서는 수년 전부터 사회적 농업을 ‘농복연휴(農福連携)’라고 하여 농업과 복지를 연계하는 제도를 만들어 장애인이나 출소자를 고용하면 지원을 해 주는 장치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교도소 출소자가 시설을 떠난 후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다면 사회로의 원활한 복귀에 효과적이고, 무엇보다도 재범 방지로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일본 법무성은 2016년부터 후생노동성과 연계해 종합고용지원대책을 시행하고, 그 일환으로 고용주와의 협력을 지원하고 있다.

출소자를 고용하는 사업체를 협력 고용주라고 부른다. 보호 관찰소는 협력 고용주가 교도소 출소자를 받을 수 있도록 생활 지도와 조언을 해 준다고 한다. 지원 제도로는 출소자에게 고용인센티브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와 사업상 손해 시 보상하는 신원보증제도가 있다. 2019년 12월 현재 전국적으로 2만3000명의 협력고용주가 있고, 그 중심에는 농장이 있다. 출소자를 고용하는 농장에 장려금을 지급하고,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안전장치를 마련해준 것이다. 장애인, 출소자뿐만 아니라 생활 빈곤자, 노인에게도 영역을 확대하고 시설 보조금과 고용 장려금을 지자체와 정부에서 지급하도록 한 것이 부럽기도 하다.

우리의 사회적 농업이 치유라는 이름으로 그저 한적한 농촌에 가서 힐링하고 오라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음이 안타깝다. 기왕 놀러 갈 것이라면 휴양지로 가지 말고 쾌적한 농촌으로 가라는 것에는 100% 공감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고용하고 지원하는 제도가 없다면 ‘사회적’이라는 단어를 쓰기가 조금 부끄럽지 않은가 싶다.

이유가 어떻든 교도소에서 부대끼며 죗값을 치르는 재소자가 출소 이후에 온전히 사회로 돌아가 정상적인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들도 귀농·귀촌해 우리 농촌 마을에 새 활력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들이 제대로 살도록 지원하고 후원하는 시스템을 가진 사회가 바로 우리나라였으면 좋겠다.

슬로우빌리지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오늘의 핫이슈

PlusNews

포토 뉴스

전문가 칼럼전문가 전체보기

HelloK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