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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죽인다" 낫 숨기고 접근한 男…대법은 왜 무죄라 봤나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8/01 17:02



황교안 전 미래통함당(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해 6월 대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황교안 협박미수 무죄, 미래통합당 당직자 협박 유죄'

지난해 5월 동대구역 광장에서 연설을 하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에게 낫을 숨기고 접근한 뒤 당직자에게 제지당하자 낫을 꺼내 "황교안 죽이겠다""다 죽이겠다"고 말한 50대 남성 A씨에게 위와 같은 형이 확정됐다.

"황교안 죽이겠다" 그 남자 일부 무죄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 9일, A씨에게 적용된 황 전 대표에 대한 특수협박 미수 혐의에 무죄를, 자신을 제지한 미래통합당 당직자에게 특수협박을 한 혐의엔 유죄를 선고한 2심(징역 6개월)을 확정했다.

올해 초 대구지방법원의 1심 선고에선 두 혐의 모두에 유죄가 인정됐던 사건이다. 하지만 대구고등법원에서 뒤집혔고,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A씨가 애초부터 노렸던 것은 당직자가 아닌 황 전 대표였다. 그런데 왜 황 전 대표 관련 혐의에는 무죄가 나온 것일까.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지난해 5월 동대구역에서 연설하던 모습. [뉴스1]





황교안 협박 사건의 재구성
A씨는 지난해 5월 동대구역에서 연설을 하던 황 전 대표에게 허리춤에 낫자루를 숨기고 다가갔다. A씨를 저지했던 미래통합당 당직자 김모씨는 검찰에 "형광색 옷을 입은 남자가 자연스럽게 걸어 왔다. 당 대변인이 저에게 막으라고 했고 저도 백발에 형광색 옷을 입고 나오는 모습을 보고 심상치 않아 다가갔다"고 진술했다.

A씨는 김씨가 자신의 길을 막아서자 "황교안 죽이겠다""너도 죽이겠다""다 죽이겠다"고 소리치면서 낫자루를 허리춤에서 꺼내 들었다. 당시 황 전 대표와 A씨간의 거리는 불과 2m. 놀란 김씨는 A씨의 낫을 잡았고 군중으로 밀어낸 뒤 경찰관에게 A씨를 인계했다. 경찰 조사를 받은 A씨는 같은 날 늦은 저녁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체포될 때 상의 안주머니에 회칼 1자루와 부엌칼 1자루를 갖고 있었다.

1심 재판부(이진관 부장판사)는 A씨가 낫을 숨기고 황 전 대표에게 가까이 다가간 점, 다른 연설자들이 연설할 땐 가만히 있다 황 전 대표가 연설할 때 범행을 시도한 점, 제지를 당하자 황 전 대표와 당직자 모두에게 "죽이겠다"고 말한 점을 들어 "황 전 대표에 대한 특수협박 미수와, 당직자 김씨에 대한 특수협박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A씨의 과거 형사처벌 전력과 심신미약 상태인 점이 양형에 반영돼 징역 8개월에 치료감호가 선고됐다. 황 전 대표와 김씨가 A씨를 용서하지 않은 점(합의하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




황교안 전 대표 사건의 주심을 맡았던 노정희 대법관의 모습. [연합뉴스]





1심 유죄, 달라진 2심 판단
2심 판단은 1심과 달랐다. A씨가 낫을 숨기고 황 전 대표에게 접근한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당직자에게 제지당하기 직전까지 낫을 휘두르거나 황 전 대표를 죽이겠다고 말하지 않아 황 전 대표를 겨냥한 범죄는 착수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협박죄의 전 단계에서 멈췄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당직자 김씨에게 낫을 휘두르며 "죽이겠다"고 협박한 사실만 인정했다. 김씨에 대한 '특수협박'만 유죄가 나왔고 형량은 2개월 감형됐다. 황 전 대표에 대한 협박미수 혐의는 "피고인이 황 전 대표를 협박미수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주영글 변호사(법무법인 숭인)는 "법원에서 황 전 대표에 대한 범행은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주필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는 "피고인 범행의 사실 관계에 대한 1·2심의 판단이 엇갈려 유무죄가 달라졌다"며 "다만 누군가 나에게 낫을 들고 오다 걸렸는데 아무 처벌도 받지 않는 점을 법 감정상 쉽게 받아들이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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