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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층 공공재건축' 첫날부터, 여권 지자체장들 들고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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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8/04 08:10

정부, 수도권 13만가구 공급 발표
기부채납 조건 재건축 용적률 상향
서울시 “적극적으로 찬성 어렵다”
과천·노원·마포 여권 지자체장 반발
시장선 “사업성 없는 방안” 부정적



정부는 4일 서울 등 수도권에 13만2000가구를 추가 공급하고, 기부채납 조건으로 재건축 용적률을 완화하는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서정협 서울시 권한대행(오른쪽부터)이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 후 퇴장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정부가 서울 등 수도권에 13만2000가구를 추가로 공급하는 주택 대책을 4일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23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 연면적)을 최고 500%까지 완화해 50층까지 지을 수 있는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공공재건축)이라는 새 공급 방안이 핵심이다. 태릉골프장 1만 가구를 포함한 공공기관 이전 유휴부지 활용 방안(3만3000가구)도 포함됐다.

이번 대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컸다. 부동산 정책의 방향타가 규제 중심의 수요 옥죄기에서 공급 확대로 바뀌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희망이었다.

그러나 빈 수레만 요란했다. 정부가 내민 공급 물량의 상당수가 부풀려졌다는 지적이다. 13만2000가구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공공재건축(5만 가구)과 공공재개발(2만 가구) 물량이 그야말로 추정치, 가상의 숫자였다.

게다가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해야 할 서울시는 “적극적으로 찬성하기 힘들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공공임대주택 건설 계획도 경기도 과천시(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 4000가구)와 서울 마포구(서부면허시험장 3500가구 등)·노원구(태릉골프장 1만 가구) 등 여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이 강력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공공재건축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공급이 어그러지면서 떠오른 대체재다. 용적률을 300~500%로 완화하는 대신 증가한 용적률의 50~70%를 기부채납하는 방식이다. 재건축 과정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 공공기관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용적률 완화라는 당근은 솔깃하다. 공공재건축을 하면 3종 주거지인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용적률(250%)이 배(500%)로 뛴다. 500가구 지을 땅에 1000가구를 지을 수 있고, 서울시가 묶어둔 35층 제한도 벗어나게 된다.

문제는 정부가 달아둔 공공성 확보 조건이다. 재건축 조합은 늘어나는 500가구 중 250~350가구를 공공임대나 공공분양 물량으로 공공에 기부해야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용적률 증가에 따른 기대수익률 기준으로 (개발이익의) 90% 이상을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조건에 동의하고 참여할 조합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 이정돈 위원장은 “사업성이 없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조차도 부정적이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별도 브리핑에서 “서울시는 비정상적으로 멈춰 있는 민간 재건축이 정상적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공공기관이 참여해 재건축 사업을 주도하는 것은 재건축 시장을 불균형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지만, 정부가 결정했다”고 밝혔다.

50층 층고 완화도 낙관적이지 않다. 공공재건축이라 해도 3종 일반은 35층, 준주거는 50층까지 제한하는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준주거로 종 구분을 바꾸지 못하면 50층으로 지을 수 없다는 뜻이다.

늘어난 물량 최대 70% 정부서 환수 … 참여할 조합 많지 않을 듯

사정이 이런데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현재 서울에서 정부 구역으로 지정돼 있으면서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전 단계의 사업장 93곳, 26만 가구 중 20%가 공공재건축에 참여하는 것으로 산정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서울시는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닌, 충분한 주택 공급을 위해서는 민간재건축 부분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추가적인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물러섰다.

공공 재개발의 상황도 비슷하다. 정부는 뉴타운 등 정비구역으로 지정했다가 사업 지연으로 해제한 곳의 공공 재개발을 통해 2만 가구를 추가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제 이후 이른바 ‘집장사’들이 필지를 합쳐 빌라를 지은 탓에 사업 추진이 불가능한 곳이 대다수다.

공급 미스매치는 여전하다. 13만2000가구 중 실제 일반분양 물량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김흥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공급 물량의 절반이 임대주택, 절반이 공공분양을 포함한 분양 물량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정부의 부동산 정치가 임대와 분양, 청년과 비청년 등으로 시장을 나누고 갈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정부는 이를 나쁜 수요, 좋은 수요로 가르고 (정부 판단상) 좋은 수요만 독려하는 비민주적인 주택정치를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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