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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투표일 준수와 승복의 전통

[LA중앙일보] 발행 2020/08/07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20/08/06 18:42

11월 첫번째 월요일 다음 화요일은 미국 투표일이다. 전국적으로 같은 투표일이 확정되기 전에는 12월 첫째 수요일 전 34일을 투표기간으로 정해 주별로 다른 날짜에 투표했다. 이런 방식은 먼저 투표한 주의 결과가 나중 투표한 주의 표심에 영향을 주는 폐단이 있었다.

투표일 선택은 19세기 중반 미국사회를 반영한 결과다. 당시 많은 유권자가 농업에 종사했고 투표소도 멀었다. 대부분 하루를 이동해야 투표소에서 갈 수 있었다. 투표를 월요일에 하면 교회 가는 일요일에 투표소로 출발해야 한다. 교회에 가는 일요일과 마켓이 열리는 수요일, 영국 투표일이던 목요일을 빼면 남는 것은 화, 금요일이다. 주의 중간 요일이 선호되면서 화요일로 정해졌다.

투표일은 1845년 연방의회에서 확정됐다. 175년 전에 정해졌지만 지금도 지켜지고 있다. 미국이 더 이상 농경사회가 아니지만 투표일은 변함이 없다.

미국의 법제도는 자주 바뀌지 않는다. 헌법도 1787년 제정 이후 본문 7개조의 틀을 현재도 유지하고 있다. 사실상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헌법이다. 법 개정의 필요성이 생기면 헌법 본문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내용을 추가한다. 수정 조항도 본문 제정 초기 10개를 제외하면 230년간 17개가 추가됐을 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일 연기의 뜻을 비쳤다. 코로나19로 안전하게 투표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지만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 그도 대통령에게 선거일을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것을 안다. 한 발 물러서 우편투표로 화제를 돌렸다. 우편투표가 ‘부정확하고 부정한 방식’이라는 주장이다.

우편투표는 집에서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 후 우편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콜로라도 등 5개 주는 완전한 우편투표를 실시하고 캘리포니아도 사실상 우편투표를 전면 허용한다. 34개 주는 우편투표 용지를 신청하면 받을 수 있다. 전국적으로 확대 추세를 보이고, 코로나19로 늘어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를 문제 삼는 것은 민주당 지지자의 우편투표 참여율이 높기 때문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턴트가 지난 6월 11일 발표한 설문결과에서 민주당 지지자는 67%가 우편투표를 선호한다고 답했고 공화당은 33%에 불과했다.

우편투표가 부정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 우편투표 캠페인 단체 ‘집에서 투표하기 협회(National Vote at Home Institute)’, MIT 등의 조사에서 부정확률은 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과 기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부정 확률은 최대 0.0025%에서 최소 0.000004%이다. 공화당 선거관계자들도 우표투표가 안전하고, 부정이 있다해도 선거결과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를 빌미로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개연성은 충분하고 실제로 불복을 암시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선거에 불복하겠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안 그럴 수도 있다”는 말로 피해갔었다.

미국 선거에는 선거일 준수와 함께 또 하나의 전통이 있다. 바로 패자의 아름다운 승복이다. 2000년 조지 W 부시와 격돌했던 앨 고어 전 부통령은 전체 투표에서 이기고도 선거인단 수가 적어 패배했다. 선거의 분수령이었던 플로리다주의 천공(펀치) 투표방식도 문제가 많았다. 하지만 고어는 “승자와 패자 모두가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 미국 민주주의의 전통”이라는 고별 연설을 남기고 정계를 떠났다.

미국 민주주의의 전통은 법의 준수다. 투표일이 지켜지듯이 승복의 전통도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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