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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일째 역대급 장마로 39명 사망…9년 만에 최악의 물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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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8/09 00:02




폭우가 내린 8일 오후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 일대 마을이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나뒹구는 간판, 쓰러진 파라솔, 널브러진 LP가스통, 흙탕물로 범벅이 된 냉장고….
기록적인 폭우로 물바다가 되다시피 했던 경남 하동군 화개읍 화개장터가 9일 물이 일부 빠져나가면서 드러난, 폐허가 되다시피 한 참상이다.

경남도 재난안전건설본부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9일 오전 10시 기준 430㎜ 비가 내린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는 섬진강 지류 화개천이 범람하면서 일대 상가 208동이 침수되고, 130여명이 사전 대피했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마을 주민과 야영객 등 40명은 119소방대원에 의해 구조돼 인근 초등학교 등에 대피한 상태다.




9일 오전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에서 상인이 폭우로 침수된 마을을 복구하고 있다. [사진 경남 하동군 제공]





9일 오전 물이 빠진 이후 화개장터는 쓰레기가 돼버린 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테이블 등 집기류가 어지럽게 나뒹굴며 난장판을 이뤘다. 10일 또 한차례 태풍이 예고돼 하동군 관계자들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한강 상류지역 집중호우로 팔당댐 방류량이 늘어나자 9일 오후부터 올림픽대로·강변북로·동부간선도로·내부순환로 등 주요 도로를 교통통제했다.

1일부터 집중호우…사망 30명, 실종 12명 인명피해 확대

지난 1일부터 '물폭탄'에 가까운 폭우가 9일째 이어지면서 전국적으로 비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9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장마가 시작된 지난 6월 24일부터 이날 오후 10시30분까지 39명이 사망하고 11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부상자도 18명에 이른다.

폭우가 쏟아지면서 침수로 인한 이재민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날 오후 7시 기준 전국 11개 시·도에서는 지난 1일 이후 총 6541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행안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서해 상에서 발달한 비구름대가 지속해서 유입되면서 경기와 충남에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50㎜의 강한 비가 내리고 있다"며 비 피해 주의를 당부했다. 중대본 관계자는 "제5호 태풍 '장미'가 북상하고 있어 10일부터는 제주도와 경남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태풍 '장미' 북상으로 긴급 점검회의를 연 진영 중대본부장(행안부 장관)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의 대규모 자연재난 위기상황인 만큼 기존의 대책과 경험에 의존하지 말고, 과하다 싶을 정도의 선제 조치를 취해달라"고 말했다.

제주 빼고 16개 시·도 산사태 '심각' 경보

행안부에 따르면 전국적인 비 피해가 발생한 것은 2011년 이후 9년 만의 일이다. 중부권 집중호우로 인해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가 일어났던 2011년엔 전국적으로 77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올해 장마가 시작된 것은 지난 6월 24일부터로, 정부는 같은 달 29일 중대본을 꾸려 집중호우에 대비해왔다. 9일까지 47일째 이어진 장마로 9년 만에 최악의 물난리를 겪게 된 셈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중대본이 이렇게 오래 가동되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라며 "예측할 수 없는 기후 요건으로 인해 장마가 길어지면서 인명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이은 집중 호우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8일 전북 장수군 번암면 교동리에선 산사태에 따른 주택 매몰사고로 50대 부부가 목숨을 잃었다. 앞서 지난 7일 오후 전남 곡성군 오산면 덕성마을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주택 5채가 매몰됐고 이로 인해 총 5명이 사망했다.




정세균 국무총리(오른쪽 세번째)가 9일 오후 전남 곡성군 오산면 성덕마을에서 산사태 피해 지역을 둘러보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8시29분쯤 이 마을 주택 5채로 토사가 흘러내려 주민 5명이 숨졌다. [뉴스1]





9일 성덕마을을 찾은 정세균 국무총리는 "정부는 신속하게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하루 빨리 피해가 복구되고 유사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서 광주 영산강홍수통제소에서 전국 홍수 피해 현황·대응 관계기관 회의를 주재한 정 총리는 "현 시점에서 재해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 실천해야 한다. 전문가 협의를 거쳐 범정부 차원에서 수해대책 전반을 점검하고 대응기준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며 행안부 등 관계 부처 검토를 지시했다.

산림청은 제주를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에 산사태 경보를 최고단계인 '심각' 단계로 발령했다. 9일 오전 7시 기준 산사태 예보(경보·주의보)는 전국 81개 시·군·구에 발령됐다. 산림청 산사태예방지원본부는 "집중호우로 8일에만 총 55건, 8월 들어 667건의 산사태가 발생했다"고 9일 밝혔다. 이날 경기도 역시 전역에 산사태 위기경보를 심각 상태로 올리고 산림 인근 주민에게 대피 안내 문자를 보냈다.




8일 오후 전남 곡성군 오산면 한 마을에 산사태로 주택과 마을에 토사가 뒤덮혀있다. 전날 발생한 산사태는 주택을 덮쳐 5명이 매몰돼 모두 숨졌다. [사진 프리랜서 장경필 기자]





전국 곳곳 하천 범람…긴급 대피

폭우로 하천이 범람해 침수 피해를 겪은 곳도 많았다. 전북 남원 섬진강 제방이 붕괴하면서 25명이 구조되고, 인근 주민 250명이 대피했다. 지난 6일 강원도 춘천 의암호에서 발생한 선박 전복사고 실종자 3명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은 나흘째 계속됐다. 헬기 10대와 보트 72대, 소방·경찰 등 수색 인력 2558명을 투입해 실종자에 대한 구조·수색에 나섰지만 빠른 유속과 악천후 등으로 수색에 난항을 겪고 있다.

9일 오전 2시쯤엔 경남 창녕군 이방면 장천배수장 인근 낙동강 본류 둑 50m가 무너졌다. 이곳은 합천창녕보에서 상류 쪽으로 260m 떨어진 지점으로, 둑이 무너지면서 이방면 장천리·송곡리·거남리 등 인근 마을의 주택과 농경지가 물에 잠겼다.



8일 낮 12시 50분쯤 남원시 금지면 지석리 금곡교 인근 섬진강 제방 100여m가 붕괴해 주변이 물로 가득 차 있다. [사진 소방청]





폭우로 하천 수위가 높아지면서 곳곳에선 이재민도 발생했다. 섬진강 제방 붕괴와 범람 우려로 곡성읍 주민 등 총 1223명이 대피에 나섰다. 영산강 인근 지역 주민 175명에 이어 낙동강 수위도 높아지면서 구학 및 죽전마을 77세대 156명이 인근 초등학교로 임시 대피를 했다.

높아지는 한강 수위, 교통 통제 나서




지난 6일 중부지방 집중 호우로 통제 중인 한강철교 인근 올림픽대로 모습. 팔당댐과 소양강댐 방류로 한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서울 주요 도로가 통제됐다. 9일 한강 수위가 다시 높아짐에 따라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오후부터 올림픽대로 일부 구간과 동부간선도로 전 구간 통제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서울에선 팔당댐에서 초당 1만1000t 이상의 물을 방류함에 따라 차량 통제가 이어졌다.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한강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9일 오전부터 올림픽대로 여의하류IC와 여의상류IC를 통제한 데 이어 오후 1시부터 올림픽대로 염창IC~동작대교 구간 교통을 통제했다. 오후 2시부터는 내부순환로 성동JC~마장램프 구간과 동부간선도로 수락지하차도~성수JC 구간을, 오후 4시50분부터는 강변북로 한강대교~마포대교 구간도 통제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9시20분을 기준으로 통행을 재개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역시 한강공원 통제에 나섰다. 홍수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6일부터 11개 한강 공원은 전면 폐쇄된 상태다. 신용목 한강사업본부장은 "기상 상황이 호전되더라도 별도 공원 개방 안내 전까지는 출입 자체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김현예 기자, 창원·남원·곡성·금산·영동=이은지·김준희·진창일·신진호·최종권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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