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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마스크와 얼굴

생활의 필수품으로 마스크가 자리한 지는 좀 오래되었습니다. 마스크는 주로 감기 등으로 아픈 경우에 씁니다. 서양 사람이 마스크를 쓰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 중에 아프면 돌아다니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돌아다니지 않으니 마스크를 쓸 일도 없는 겁니다. 서양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니면 이상하게 바라보고, 슬슬 피하게 됩니다. 아파도 학교나 직장에 나가는 게 미덕이었던 우리와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병 외에도 마스크는 방한용으로 쓰기도 합니다. 추워서 쓰는 것입니다. 겨울에 밖에 나갈 때 쓰거나 오토바이를 탈 때 씁니다. 종종은 입김이 마스크에 얼어붙어 더 차가운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입에 붙어버리는 느낌입니다. 마스크가 우리 생활에 더 깊숙이 들어오게 된 것은 아마도 황사와 미세먼지 때문일 겁니다. 이 경우는 다른 사람과는 관계가 없고 내 건강을 지키기 위한 방편입니다. 기관지가 좋지 않은 사람이나 폐가 좋지 않은 사람은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합니다. 초미세먼지가 닥쳐오면 더 정밀한 마스크가 필요합니다. 그러던 마스크가 코로나 시대를 맞아 세상을 바꾸어 버렸습니다. 마스크 없이는 생활할 수 없는 세상이 된 겁니다.

마스크(mask)는 외래어입니다. 본래 우리말이 아니기에 우리가 사용하는 의미와 원래의 의미 사이에는 좀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마스크는 주로 코와 입 정도를 가리는 것이지만 영어에서 마스크는 얼굴 전체를 가리기도 합니다. 야구에서 포수의 마스크가 그런 느낌입니다. 또한 마스크는 복면(覆面)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복면 가왕의 느낌을 생각해 보면 될 겁니다. 탈을 쓴 느낌입니다. 우리가 쓰는 마스크와는 느낌이 완전히 다릅니다.

우리에게는 복면이라고 하면 강도라는 말이 연상될 정도로 부정적인 느낌도 있습니다. 마스크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얼굴을 가리는 행위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얼굴을 가렸다는 것은 숨기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말에서는 탈과 비슷한 느낌도 있습니다. ‘각시탈’이라는 만화와 영화가 생각이 납니다. 나를 감추는 것입니다. 탈은 겉모습이어서 속과는 다른 느낌을 줍니다. ‘인간의 탈을 쓰고’라는 표현의 느낌이 그렇습니다.



전에는 마스크를 제일 많이 쓰는 민족이 일본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한국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심하다 싶을 때도 있지만, 마스크가 코로나의 위험에서 우리를 지켜준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코로나 이전에도 일본인은 마스크를 참 많이 썼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일본인 특유의 마음 씀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는 마스크가 병을 옮기지 않으려는 마음뿐 아니라 자신을 가리려는 마음으로 변하기도 하였습니다. 일본인에게 마스크를 쓰는 이유를 물어보면 의외로 단절의 의미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방역에서 복면으로 의미가 변한 것입니다. 세상과의 단절을 마스크를 통해서 이룬 것입니다.

마스크의 또 다른 의미 중에 얼굴의 생김새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저 사람 마스크가 좋다’라는 말은 얼굴 모습이 좋다는 의미, 잘생겼다는 의미로 쓰입니다. 마스크는 숨기는 것이기도 하면서 드러나 있는 내 모습이라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마스크를 쓰지 않을 수는 없을 겁니다. 서로에 대한 배려니 더 철저해야 할 겁니다. 그렇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될 때는 서로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노력했으면 합니다. 마스크가 단절의 의미가 아니라 배려의 의미이기 바랍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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