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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복장은 현대판 신분제 표시?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지 그 나라 고유의 문화적 가치와 규범이 있다. 특히 옷과 관련된 규범과 규칙은 지역과 문화에 따라 많이 다르고 시대에 따라 차이가 있다. 계급사회에서는 신분에 따라 입는 옷이 구별돼 옷은 바로 신분을 대표하는 것이었다. 왕이 입는 옷과 사대부가 입는 옷, 상민이 입는 옷이 달랐다. 여자들의 옷은 색깔과 소재, 장신구 등에 따라 반상의 구별이 가능했다. 머리에 쓰는 모자만 보고도 신분을 알 수 있었다. 조선시대 사대부는 사람을 대할 땐 반드시 갓을 써야 했다. 중인들의 갓은 양반의 것보다 폭이 좁았다. 가난한 상민들은 초립마저 마련할 돈이 없어서 맨 상투로 다니기도 했다.

신분제가 공식적으로 폐지된 것은 1894년 갑오개혁 시기 개화파 정권이 설치한 군국기무처가 내놓은 법령에 의해서였다. 신분제 폐지는 중세 봉건사회의 해체를 의미했다. 이러한 개혁 조치는 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동학 농민군의 뜻을 수용함으로써 농민군의 봉기를 억누르고, 다른 한편에서는 양반의 특권을 철폐함으로써 양반 관료 사회 내부의 재편성을 의도한 것이었다.

노비제도 폐지는 전국의 중인.양인.천인들에게 크게 환호를 받았지만 향촌 사회에서는 양반과 노비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 천민들이 양반을 질책하고 양반의 상징인 갓을 빼앗아 찢어 버리거나 욕을 보이는 일도 일어났다.

신분제 사회는 없어진 지 오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장소, 상황, 행사 목적 등에 따라 다른 의복을 입어야 한다고 관례적으로 생각한다. 아무도 건설 현장에서 양복을 입고 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장례식장에서 검은색 옷을 입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각 회사도 업무 종류에 따라 드레스코드(복장 규정)가 따로 있어서 그 규칙에 따라야 한다. 오피스룩을 꼭 입어야 하는 곳도 있지만 반바지에 슬리퍼를 허용하는 곳도 있다. 대부분의 교회도 주일 예배에 캐주얼을 허용한다. 많은 미국 교회의 목사들은 청바지 차림으로 설교를 한다.



한 젊은 국회의원의 의상이 연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빨간색 짧은 원피스에 운동화를 신기도 했고 재킷에 청바지 차림으로 출근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의 의상이 국사를 논의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적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 생각의 바탕에는 차별이 내재되어 있다. 우리는 각 세대별, 직업별 이익과 고충을 대변해 줄 사람들을 국민의 대표로 선출한다. 그럼 그의 신분은 일반인과는 다른 것인가? 국회의원 자체가 헌법 기관이기 때문에 국민보다 특별히 계급이 높은가? 계급이 높으니 그 권좌에 맞는 복식을 갖춰야 하나? 건설 현장의 노동자는 계급이 낮은가?

신분제가 공식적으로 철폐된 지 126년이 되었다. 이 논란 가운데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중성을 생각해 본다. 혹시 여전히 직업과 경제력에 따라 계급적 차별이 있는 신분제 사회를 지향하고 있지는 않는가?

국회의원들이 개인의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의상을 선택해도 논란이 되지 않을 즈음 우리 사회는 비로소 차별 없는 사회에 한 발짝 더 다가가 있을 것이다.


김지현 / 수학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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