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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센서스에 10분만 투자하세요”

영화 ‘친구’의 유명 대사 “느그 아부지 머하시노?”를 처음 만난 사람에게 날리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도 욕 한 바가지를 먹든지 무뢰한 취급을 받을 것이다. 아니면 단박에 “너 호구조사하니?”라며 따가운 눈총을 받을지 모른다. 그렇다. 요즘이 ‘호구조사 기간’이다.

호구 조사의 호(戶)는 주택, 구(口)는 인구를 말한다. 현재 미 전역에서 진행 중인 센서스(Census)가 바로 그것이다. 로마 시대, 징병을 위해 처음 실시했던 인구조사는 우리에게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민중 수탈 방법으로 각인돼 있다. 일본이 조선 근대화를 명목으로 호구 조사를 한 뒤 조선인에게 세금을 걷어 전쟁 자금을 마련하고, 청년을 전쟁터로 내몰았기 때문이다. 이런 흑역사 때문에 센서스는 우리에게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반가운 것이 아닐 수 있다.

근대에 와서는 센서스가 경제 개발을 위한 통계를 위해 진행됐다. 지역을 조사해 효과적인 산업 정책을 개발한 것이다. 하지만 농촌과 도서 지역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참여가 적어 불이익을 받았다. 또 센서스 조사원을 빙자한 크고 작은 범죄 때문에 사회 문제가 됐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전무후무한 사태로 응답률이 높지 않다. 심지어 조사 기간이 당초 7월 말에서 잠정 9월 말까지 연장됐지만 결과물이 썩 좋지 않다.

센서스국은 캘리포니아 주민 응답률이 전체 가구의 64.1%인 970만 가구에 불과하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는 10년 전 응답률에 4.1%포인트 뒤처져 있는 수치다. 이 현상은 전국적이다. 인구조사참여연맹(CCCC) 다이타스 카타그 디렉터는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내 4개 주를 제외하고 모든 주의 인구조사 응답률이 10년 전에 비해 낮다”고 말했다. 더욱이 서류미비자 등 다양한 형태의 이민자가 많은 캘리포니아에서는 더 큰 손해를 보는 셈이다.



센서스는 손해 안 보는 장사다. 무료 배포하는 주식과 같다. 연방정부는 센서스 자료를 토대로 연간 연방정부 예산 6750억 달러를 각 지역에 배분한다. 주민 1명당 1년에 약 2000달러쯤 된다. 인구조사가 10년에 한 번 치러지는 것을 감안하면 1인당 2만 달러다. 인구조사에 참여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각 가정과 커뮤니티에 돌아갈 예산 수만 달러가 결정된다.

센서스 참여에 따른 연방 자금은 의료와 교통, 교육 등 각종 사업에 투자된다. 기업은 인구조사 통계를 바탕으로 개발 지역을 선정하고, 공장부지를 결정한다. 학생은 더 많은 무상급식을 학교에서 누릴 수도 있다. 사업가는 각 지역 인구 특성을 고려해 사업을 구상할 수 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방 하원의원 수가 결정된다. 응답률에 따라 캘리포니아 주민의 더 많은 정치적 의사가 국가에 반영될 수 있다.

조사 참여는 센서스국 웹사이트에 들어가 가구원 수, 주택 거주 형태 등 10여 가지 간단한 응답만 하면 끝난다.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응답자에게 시민권자인지 영주권자인지 신분 상태도 묻지 않는다. 서류미비자와 유학생, 지상사 직원도 참여해야 한다. 그동안 한인은 응답률이 낮아 각종 국가 혜택에서 배제돼 왔다. 통계상 잡히지 않은 주민은 국가 정책에서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다. 투명인간이다. 아직 참여하지 않은 한인은 꼭 참여해야 한다. 인구조사의 목적은 복지를 위한 것이다.


황상호 / 민족학교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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