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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40일간 격리서 유래된 '검역'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곳이 지구 위 어디에도 없다. 세계적으로 2000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고 지금까지 7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공항에서 쓰는 전문용어에 ‘CIQ’가 있다. 공항이나 항만을 통해서 밖으로 나가거나 들어올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세 가지 절차다. 세관검사(customs), 출입국관리(immigration), 검역(quarantine)의 머리글자다. 쿼런틴(quarantine), 곧 검역은 국내 생태계를 위협하는 질병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세계적으로 여행이 자유롭고 교역이 활발해지자 전염병이 급속히 퍼지게 되었다. 검역은 동식물에 대해서도 매우 엄격한데 외래종이 국내에 유입되면 우리 생태계에 심각한 교란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검역이 철저해졌다. 2주간의 자가격리(a two week period of self-quarantine)를 해야 한다. 이렇게 quarantine은 ‘검역’과 ‘격리’ 두 가지 뜻으로 쓰이고 있다. 왜 그럴까?

중세는 암흑의 시대였다. 몇 차례 걸쳐 페스트가 만연하자 유럽 인구의 30~50%가 사라졌다. 페스트균이 인체에 들어오면 심한 두통, 현기증, 신체 마비, 정신 착란 등을 일으키고 끝내는 패혈증을 일으켜 피부 곳곳에 검은 반점이 나타나 죽게 된다. 흑사병(black death)이란 이름은 여기서 나왔다.



흑사병을 흔히 pest라고 하지만 그건 '페스트'를 쓴 프랑스 작가 카뮈 덕택이다. 영어로는 plague(전염병), bubonic plague(선페스트) 또는 pestilence(역병)라고 한다. black death는 중세 이후에 쓰기 시작했는데 라틴어 atramors(끔찍한 죽음)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다. atra가 ‘끔찍한’ 외에 ‘검은’이란 뜻이 있기 때문이다. 중세 전염병은 주로 항구를 통해서 유입되었다. 유럽 국가들은 전염병이 돌면 선박의 입항을 허락하지 않고 항구 밖에 40일간 대기시켰다. 40일 뒤 선상에서 환자가 발생하지 않으면 입항이 허용됐다.

40을 이탈리아어로 과란따(quaranta), 40일간은 과란띠나(quarantina)라고 하는데 영어 quarantine의 뿌리다. 원래 quarantine은 ‘40일간의 격리’라는 뜻이었다.

흑사병으로 인구가 많이 감소해서 일손이 절대 부족하자 임금이 높아지면서 중세 봉건사회가 붕괴하게 된다. 아무리 기도해도 역병을 막지 못하자 교회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종교개혁의 한 촉진제가 된다. 전염병의 창궐은 이처럼 역사의 물길을 바꾼다. 지금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도 우리가 노멀(normal)로 받아들이던 생활양식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뉴노멀을 요구하고 있다.


김우룡 / 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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