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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공감] 드라마와 다른 우리네 인생

김 사무엘/ 박사ㆍ데이터과학자
김 사무엘/ 박사ㆍ데이터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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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20/08/11 종교 14면 기사입력 2020/08/10 17:55

요즘엔 찾아보기도 쉽지 않은 '비디오 테이프'라 불리던 VHS 방식의 영상 저장 장치가 있었다.

아날로그 방식이기에 복제 과정에서 열화가 일어나 복제의 회수가 늘어날수록 화질은 나빠지는 특징이 있는 저장 장치였다.

그렇게 훌륭하지도 않은 화질의 영상을 보기 위해, 주말이면 한국 비디오 가게에 들러 열 개씩 빌려다 놓고 밤을 새 가며 보았다.

영상 압축 기술과 인터넷의 빠른 발달로 이미 옛날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사실 불과 얼마 전까지 미국에 있는 한국 이민자들의 모습이었다. 이렇게 수고를 무릅쓰고라도 모국어로 되어있는 드라마를 찾아 시청하는 것은 단지 고국에 대한 향수뿐 아니라 그 자체가 주는 매력 때문일 것이다.

드라마의 매력에 대해서 분석하는 많은 대중문화 전문가들이 있지만, 내가 주목하는 것은 시간의 선택적 흐름이다. 제한된 시간 안에 담아내고자 하는 이야기에 집중하려면 꼭 필요한 장면만을 선택해서 보여줄 수밖에 없다. 10시간이 걸리는 비행은 비행기 날아가는 장면 1초면 충분하고, 복수를 하기 위한 5년 동안의 무술 수련은 칼을 휘두르는 5초짜리 장면 위에 '5년 후' 라는 자막이면 충분하다.

이런 드라마에 너무 익숙해서인지 우리는 우리의 인생도 드라마와 같기를 바란다. 지루하고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과정은 생략하고, 재미있고 성과가 있는 결과를 빠르게 얻기를 원하곤 한다.

신앙 생활도 마찬가지 아니던가. '구원'과 '복'이라는 자막만 나오고 그 뒤의 긴 고난과 역경은 편집되어 사라지기를 원하는 것이리라.

우리의 인생은 드라마와는 다르다. 심지어 배경 음악도 없다. 행복한 순간만 반복 재생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편집해 버릴 수 없는 지난한 시간을 견뎌내고 살아내야 한다.

그러나 진정한 드라마는 바로 그 지점에 있다. 우리의 구원은 마지막에 나타날 결론이 아니라, 자칫 무의미해 보일 수 있는 이 모든 순간에 나타나는 것이다. 단 한 순간도 중요하지 않은 순간이 없으며, 단 한 장면도 편집해 버릴 수 없는 하나님의 열심이 나타나는 장면들이다.

비록 내가 느끼지 못할지라도 나는 오늘 이 순간을 어느 드라마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역동적으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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