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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귀중품을 판단하는 ‘기준’

가끔 LA한인타운에 있는 사우나에 갈 때가 있다. 입구에 붙은 ‘귀중품은 프런트에 맡기십시오’라는 안내문을 읽을 때마다 궁금하다. 무엇이 귀중품이기에 목욕탕까지 가지고 오는지, 몸에 지닌 보석 반지, 명품시계, 아니면 돈뭉치일까. 주인한테서 들은 이야기인데 간혹 로커(Locker) 박스에 둔 물건이 없어졌다고 경찰을 부르고, 주인을 고소한다고 난리를 치는 손님이 있다고 한다, 얼마나 소중해서 캐시어에게 맡기지도 못하고 갖고 들어갈까.

언젠가 본 동영상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에게 부모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건을 그려오라는 숙제를 내 주었다. 한 아이는 아빠가 가끔 불며 즐거워하는 나팔을 그렸는데 금색 도금이 되어 비싼 악기라고 했다. 다른 아이는 할아버지가 손도 못 대게 하는 도자기를 집안의 가보라며 그려왔다. 승용차도 보석 반지도 그렸다. 그중 한 아이의 도화지에 그려진 쭈글쭈글한 베개를 보고 아이들이 놀리며 손가락질을 했다. 아이는 비웃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빠의 가장 소중한 물건이 돌아가신 엄마의 베개라고 훌쩍거리며 발표했다. 너무 보고 싶은 엄마라고 말하자 교실 안은 눈물 바다가 됐다. 물질만능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은 귀한 것을 모른다. 어렸을 때부터 눈에 보이는 비싼 물건이 귀중품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오래전 알고 지내던 지인은 이민 올 때 돈 한 푼 없이 재단용 가위와 자를 가져왔다. 손에 길든 연장으로 열심히 일한 덕에 큰 돈을 벌었다고 했다. 그분은 효자 노릇을 한 가위와 자가 자신에게 귀중품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남에게 하찮은 연장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게 도와주고 부를 가져다주었기에 그분의 귀중품이 됐다.

사람마다 각기 삶의 조건이 다르듯이 자신한테 가장 소중하고 귀한 것이 다르다. 살아가는 데는 제각기 목적이 있다. 무엇이 나에게 꼭 필요한가는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 가진 것이 너무 많다. 나눌 것은 나누고,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얼마 전 이사를 오기 전에 다짐했건만 또 하나둘 쌓이기 시작한 물건들. 꼭 필요하다고 느껴서 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 사용하지 않게 된다. 그때 알았더라면 사지 않았을 텐데 하고 후회를 한다. 사두었다가 가치 없이 쓰레기로 전략하는 물건이 많다.

사치품은 귀중품이 될 수 없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되는 것들이 그렇다. 물질적인 것은 이웃과 나누고 마음속에는 만족과 기쁨을 채우면서 함께하고 싶다. 이 세상에 내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차피 떠날 때는 빈손으로 가야 한다. 우리에게 잠시 맡겨졌던 물질은 그저 빌렸을 뿐이다. 나 자신이 바뀌면 주위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게 보일 것이고 나의 미래가 바뀌리라 본다.

코로나19로 여러 가지를 깨닫고 반성한다. 내게 남은 삶은 한 번 뿐이니 가슴이 시키는 일만 하자.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어제와 비교했을 때 계획한 대로 바뀌었다는 것을 느꼈을 때다. 내 인생이 즐겁고 행복할 수 있게 마음 안에 진정한 귀중품이 쌓여가도록 만들어보자.


김카니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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