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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제보자

2017년 개봉한 영화 ‘백악관을 무너뜨린 사나이’는 마크 펠트 전 FBI 부국장의 이야기를 그렸다. 딥 스로트(Deep throat·내부고발자)라 불린 마크 펠트 부국장은 세계 언론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제보자다. 그의 제보가 없었다면 재선 대통령 리처드 닉슨의 낙마로 이어진 워터게이트 사건은 성공한 역사로 기록되지 못했을 것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2년에 걸친 장기전이었다. 1972년 6월 첫 보도가 시작됐으나 중국 방문과 베트남 철군 등 대중의 인기를 업은 닉슨은 그해 11월 60.69%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닉슨이 사임한 건 74년 8월이다. 고비마다 결정적인 퍼즐 조각을 알려준 제보자가 없었다면 워싱턴포스트도 시퍼런 권력 앞에서 무릎을 꿇었을지도 모른다.

한국 언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제보자는 2005년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의 닥터K일 거다. 줄기세포란 당시 첨단 기술은 언론사 담당 기자도 이해하기 힘든 기술이었다. 전문가로 똘똘 뭉친 세계적인 과학 저널도 속아 넘어갈 정도였으니 닥터K가 없었다면 거짓을 밝히는 데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PD수첩의 첫 보도에도 세계적인 업적을 깎아내리려는 언론에 맞선 국민적 영웅이란 대립 구도는 한동안 이어졌다.

줄기세포 조작 사건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2014년 개봉한 제보자가 그것이다. 임순례 감독은 영화 개봉 무렵 가진 인터뷰에서 “진실을 향해서 다가가는 첫 번째 문은 제보자가 있어야 열리는 것이고 그것을 추적하는 건 언론인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류영준 강원대 교수는 사건 발생 9년 만에 “자신이 닥터K”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전체를 이해하려면 다른 이야기도 차분하게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편향된 시각에 대한 경고다.



소셜미디어 확장 등으로 익명의 제보자가 문을 연 사건이 최근 부쩍 늘었다. 차분한 검증보단 빠른 속보를 중시하다 보니 제보자 편향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을 들고나온 제보자는 추가 폭로를 하겠다며 금전을 요구했다가 지난달 구속됐다. 제보자 X에서 점화된 검언유착 사건도 지난 4개월 동안 결정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제보는 양날의 칼이다. 제보자에 대한 신뢰가 깨지면 칼날은 언론을 향하는 법이다.


강기헌 / 한국 산업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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