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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귀뚜라기 사색

어둠이 깃들자 귀뚜라미가 우람하게 노래를 부른다. 미리 나타나서 큰소리 치는 폼이 아무래도 몸집이 한 뼘쯤 되는 놈일까 어림된다. 넓은 땅에서 덩달아 목청도 몸집도 마음껏 커버린 녀석이 달려들까 겁이 난다. 족보가 다른 녀석들인가 보다.

울밑에서 애잔하게 밤새 울어 나그네 시름을 더해주던 고향의 귀뚜라미는 옛 모습 그대로 지키고 있으려나.

둥근 달이 며칠 밤을 시원스럽게 한다. 투명하도록 맑다. 여름은 가을을 점치다 곧 바로 겨울을 불러 계절의 오가기를 쉽게 만들어 주곤 한다. 달 그림자를 밟아 본다.

다시 젊음으로 보내준다면 그때보다 무엇이든 낫게 이룰 수 있을 텐데 하는 근거가 없는 공상에 젖는다. 이따금 있는 일이다. 젊음은 부러움이기 때문이다. 젊음은 젊음대로의 아픔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희망과 기쁨이 더 크리라 본다.



꿈과 정열과 모험의 이른바 2030의 공간이 얼마나 화려한가. 오직 정의로움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들 앞에 부정이나 부패, 모략이 감히 범접하겠는가.

우리 세대는 고난 속에 지내온 수치스러운 젊음의 세월이었다. 변변한 좌우명 하나 내걸지 못 하고 하루에 매달려 하루만의 기적을 바랐다. 시행착오란 말은 없었다.

‘하느님, 배불러도 죽을 수 있습니까?’ 굶주린 아이가 포식한 다음 배를 움켜쥐고 내뱉은 한마디가 이 기도문이었다는 전설 같은 얘기다.

지난 날은 그리움이다. 아리도록 어려웠어도 아니 화려했다 해도 귀소본능처럼 뒤돌아가고 싶어지는 시절이다. 80의 문턱을 들어섰다. 본보기를 내어놓을 차례가 됐다. 겸손과 배려는 살아온 만큼 쌓인 우리의 재산이다. 감사하며 베풀 차례다. 애잔한 풀벌레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뉘와 잔 들어 이 가을을 노래할까.


문 영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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