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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인종 차별’의 불편한 진실들

[LA중앙일보] 발행 2020/08/12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20/08/11 18:42

불편해도 현실적인 이야기 좀 하겠다. 한인들 사이에 은연 중 배어있는 혹은 주입된 차별적 사고에 대해서다.

미국서 살다 보면 ‘FOB(Fresh Off the Boat·팝)’이란 말을 몇 번쯤 들어봤을 거다. 보트에서 막 내린 경우를 의미하는데 학생들 사이에서 자주 쓴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2세들이 한국서 온 지 얼마 안 되거나 영어가 서툰 부류를 일컫는 용어다. 친한 사이라면 그나마 장난 정도로 봐주지만 처음 보는 이에게 그렇게 말했다가는 멱살 다짐을 할 수 있다.

물론 ‘FOB’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바나나’ ‘트윙키’ 같은 용어는 한인 2세들을 비꼬는 단어다. 겉은 노란 황인종이면서 속은 하얀 백인처럼 군다는 의미다.

“걔? 알파벳이잖아.”

남몰래 중국계를 가리키는 말이다. 'American Born Chinese(미국에서 태어난 중국계)’를 줄이면 ‘ABC’다. 미국 내 중국 식당 간판에 유독 ABC가 많은 이유다. 본래 중국계 커뮤니티가 미국화 된 중식이란 이미지를 심으려고 고안한 아이디어지만 간혹 비하 용어로 오용되기도 한다.

심지어 ‘멕작(멕시칸)’ ‘짱개(중국인)’ '초콜릿(흑인)’ 등은 한인 사이에서 종종 들어본 용어 아닌가.

시대가 변했다. 결혼도 ‘한인끼리’는 구식 사고다. 재외한인학회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 중 절반에 가까운 이들이 타인종과 결혼한다. 특히 8세 이하 한인의 혼혈 비율은 43%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세들 사이에서는 자녀의 혼인 문제를 두고 특정 인종을 거론하며 더러 농담 아닌 농담도 한다.

“그 인종만 아니면 좋겠는데….”

곰곰이 생각하면 단순히 우스갯소리라고만 할 수는 없을 거다.

영어를 사용하는 곳과 한국어만 사용하는 곳에서 행동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한 지인은 “한국어를 쓰는 직원에게는 반말을 섞어가며 고자세로 굴다가 영어만 하는 백인 직원이 나오면 태도가 달라지는 일부 고객들이 있다”며 하소연한 적이 있다.

반대로 차별로 인한 피해가 또 다른 가해를 양산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영국 인터넷 신문 인디펜던트는 메인주에 사는 한인 진 이씨의 기고문을 통해 “백인이 아니어도 인종차별은 존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본지 8월3일자 A-4면>

이씨는 “백인들은 내 인종에 대해 관습적으로 논평해 왔다. 친구들은 내가 원하지 않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고, 내 얼굴을 보며 손가락을 흔들기도 했다”며 “편견 없이 진정한 우정을 찾고, 수치심을 갖지 않아도 매력을 가질 수 있다는 걸 알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문제는 피해 의식만 생기는 게 아니다. 이씨는 자신도 모르게 “백인이 인종을 보는 시선 또는 관점에 집중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상대의 정서를 이용해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하는 일종의 가스라이팅(gaslighting)에 의한 피해인 셈이다.

아시아계 미국인에게는 종종 ‘모범이 되는 소수계(model minority)’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지난해 미들버리대학 연구팀은 주류 언론들이 아시아계를 묘사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를 조사했다. 주로 ‘성취’ '교육’ 등이 연관된 용어가 많았다.

그 지점에서 생각해본다. 모범이 되는 소수계로 불리는 데 있어 성취의 기준은 무엇이 잣대인가. ‘아시안은 수학을 잘한다’는 인식이 한 예다. 비교 인종이 있으니 생겨난 선입견이다. 실제 아시안이 수학을 못하면 타인종 사이에서는 고개를 갸웃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한 시선은 수학을 못하는 아시안 학생에게 또 다른 강박을 갖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차별적 인식은 자의, 타의에 의해 생성된다. 은연 중 그러한 사고가 의식 속으로 스미는 건 더 무섭다. 늘 경계해야 할 불편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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