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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힘내세요"…암투병 시어머니 위해 실비아 김 변호사 나서자 딸·아들·남편 모두' 응원삭발'

투병 중인 어머니를 응원하기 위해 온 가족이 삭발하던 날, 유진 김씨가 길었던 아내의 머리를 정성스럽게 자르고 있다. 작은 사진은 여섯 가족이 모두 삭발한 뒤 활짝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유진 김씨 제공]

투병 중인 어머니를 응원하기 위해 온 가족이 삭발하던 날, 유진 김씨가 길었던 아내의 머리를 정성스럽게 자르고 있다. 작은 사진은 여섯 가족이 모두 삭발한 뒤 활짝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유진 김씨 제공]

남편이 아내에게 물었다. “괜찮겠어?”

아내는 괜찮다고 했다. 남편은 아내의 긴 머리카락을 잘라내기 시작했다. 어느새 찰랑이던 그녀의 머리카락은 모두 바닥에 떨어졌다.

5월 24일 실비아 김(한국명 서나경·38)씨와 김씨의 여섯 가족은 모두 삭발을 했다. 암 투병 중인 시어머니를 응원하기 위해서다. 어바인에 사는 실비아 김은 한인 등 소수계 이민자 권익 보호에 앞장서 온 변호사로 현재 코아엑셀 밴처펀드(Koa Accel Venture Fund)의 매니징 디렉터 일을 하고 있다.

김씨의 시어머니는 지난해 10월 암 진단을 받았다. 폐암 4기. 가족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너무도 건강했던 어머니셨어요. 담배도 피우시지 않는 분이 왜 폐암이 걸렸는지 이해하기 힘들었죠. 알고보니 동양 여성이 가진 유전자 때문이었어요.”



가족들은 백방으로 암 치료를 위해 노력했다. 여러 가지 치료를 시도해봤지만 결국은 지난 5월 키모(항암 화학요법)를 받기로 결정했다. 병원에서 얘기한 것처럼 어머니의 머리카락은 듬성듬성 빠지기 시작했다. 삭발을 해야 했다.

“제가 먼저 남편에게 같이 삭발을 하자고 제안했어요. 어머니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싶었어요. 근데 그 얘기를 들은 딸이 선뜻 자기도 하겠다고 말하더라고요. 아들과 남편이야 머리를 밀어본 적이 있으니 그렇다 치지만 딸아이가 너무 쿨하게 하겠다고 해서 너무 놀랐죠. 고마웠어요. ”

그렇게 여섯 가족이 모인 5월 24일, 긴 생머리의 여섯살 딸 아이가 시작으로 모두 삭발을 했다.

“딸 아이는 재미있다는 듯, 너무도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그 긴 머리를 먼저 삭발했어요. 보고 있는 전 살짝 눈물이 나더라고요. 근데 저렇게 씩씩하게 삭발을 하고 나니 조금은 우울할 수 있는 분위기가 완전히 즐겁게 바뀌었어요. 다음으로 제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머니가 삭발하셨어요. 그렇게 온 가족이 삭발한 날 함께 신나게 수영도 했죠.”

미리 가발을 준비해뒀던 어머니는 가발을 거의 쓰지 않았다. 같은 헤어스타일을 갖게 된 가족들이 선사한 사랑과 응원 덕분이다.

김씨는 암 진단을 받은 후 어머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올 초 이직을 준비하고 또 코로나가 터지면서 어머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예전에는 조금은 불편했던 게 있었죠.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가 어떤 문화를 막론하고 그리 쉬운 관계는 아니잖아요.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근데 어머니와 시간을 보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머니를 이해하게 됐고 정말 좋은 분이라는 것도 알게 됐죠."

이제 머리를 삭발한 지 두발 반 정도가 지나면서 그녀와 딸의 머리에는 뽀송뽀송한 머리카락들이 밤톨처럼 올라와 앉았다. 김씨는 얘기한다. “코로나 사대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가까이서 잡아야 해요. 끊어진 관계는 빨리 회복을 해야 하죠. 때론 실망할 수도있겠지만, 사랑으로 모든 역경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어둠을 극복을 할 수 있는 힘은 결국 희망이겠죠.”


오수연 기자 oh.sooyeo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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